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목길 경제학자 Mar 21. 2018

골목 경제를 위해 정부가 당장 뭔가를 해야 한다면

지역 문화에 특화된 장인 대학의 설립을 제안합니다

일본은 자타공인 장인의 나라다. 역사적 전통과 자부심으로 장인정신을 이어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과학 산업뿐만 아니라 전통산업과 도시산업을 키웠다. 직인(職人) 정신에 투철한 중소기업이 원가절감과 제조공법 혁신을 주도한다. 스스로를 장인으로 여기는 동네 음식점 주인이 일본을 세계 최고의 음식 문화 국가로 만들었다.


장인의 나라 일본에서 전통 공예인과 기업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도시는 가나자와다. 공예공방 산업의 중심지가 된 이 도시의 성공 비결은 교육 기관이다. 공예인을 배출하는 교육과 연수기관이 집적되어 있는 것이다. 일본의 장인정신을 부러워하는 우리가 공예공방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공예인이 바로 일본 장인[직인職人, 쇼쿠닌] 정신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직인과 공예인이 동의어로 사용되는 점은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안에 있는 가나자와 직인대학교의 영문 이름(Kanazawa Institute of Traditional Crafts)을 통해 알 수 있다.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가나자와 장인 훈련 기관의 제도적 차별성은 참여 자격과 교육 기간이다. 석공, 기와, 조경, 금박, 표구 등 전통 건축과 공예 기법을 교육하는 직인대학교는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전문가를 선발해 3년 동안 교육한다.  


일본 최초의 전통공예인 연수 기관인 우타츠야마 공예공방은 도예, 칠기, 염색, 금공, 유리 등 5개 분야에서 정규 교육을 받고 실무 경력을 쌓은 공예인들이 2-3년 동안 연수를 받는 곳이다. 가나자와 사례는 우리가 일본의 장인정신을 단순히 전통 유산으로 치부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전통 공예산업을 육성하는 가나자와시와 시민의 노력을 통해 장인정신을 어떻게 유지하고 키워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특히 학교 교육 이후의 현장 훈련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데, 장인의 현장 훈련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 바로 직인대학교와 공예공방이다. 


가나자와뿐이 아니다. 신간 <로컬지향의 시대>는 고베를 장인 육성을 통해 지역 산업을 살린 사례로 소개한다. 고베시가 폐교를 활용해 설립한 ‘고베 제조 장인대학’이 전통 지역 산업인 양복, 구두, 가구 산업의 장인들을 육성했고, 이들이 현재 지역 산업의 현대화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장인이 부족한 한국의 골목 산업


도시문화의 발전은 골목상권에서도 공예인 수준의 '장인'을 요구한다. 일본의 골목상권 장인은 장인학교나 현장의 선배 장인 밑에서 오랫동안 도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장인 훈련 시스템은 열악하다. 특히 직업학교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 큰 문제다. 골목상권에 투입되는 요리사가 어떤 훈련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 현재 광주에서 유명 식당을 운영하는 요리사 K의 회고를 들어보자. 


고등학교, 대학교 도합 7년간 요리를 전공하고 서울로 올라가서 요리를 시작했을 때의 좌절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다. 광주 바닥에서는 나쁘지 않은 실력이라 생각하며 자신에 차서 올라간 서울은 내 생각과 많이 다른 곳이었다. 왜 나는 아는 게 하나도 없는가 하는 자괴감이 사람을 괴롭히더라. 지금 와서 생각하면 광주에 있는 대학교들은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많은 학생들이 즐겁게 요리를 배울 생각에 학교로 진학하고 말도 안 되는 교수들의 수업들을 들으면서 요리를 포기한다.


한국의 직업 교육이 이처럼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교육 현장에 투입할 장인을 공급하지 못하는 데 있다. 영업과 교육 현장 모두 미래 장인을 훈련할 장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장인을 훈련한 장인이 부족한 것이다. 광주의 K셰프가 지적한 대로 장인이 부족한 이유는 이미 많이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 양성 체계다. 대학 입시 중심의 교육 제도에서 자영업 창업을 목표로 기술을 배우는 학생이 많지 않고, 배운다 하더라도 현장훈련 시스템의 미비로 졸업 후 기술 숙련에 필요한 경험을 쌓기 어렵다.


장인정신의 결여도 장애 요인이다. 자영업에 장인정신이 필수적인 이유는, 그 일이 그만큼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고숙련 자영업자는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계속되는 고된 일정을 소화하면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가게를 오래 지탱하고 성공할 수 있다. 


장인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절대적인 시간 투자다. 장인의 기술은 오랜 몰입, 사색, 고민, 교류와 대화, 현장 경험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콤 글래드웰의 주장은 장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고숙련 자영업의 활성화는 직업윤리 교육의 강화와 체계화된 인력 양성 시스템의 구축에 달려 있다. 장인 양성 시스템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을 육성한 일본과 독일의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



우직하게 갈고닦는 집요함이 장인을 만든다


일본은 장인정신의 생활화로 세계적인 신뢰와 명성을 얻었다. 고대 야마토 정권 시기부터 한 집단이 특정 기술이나 직업을 세습적으로 이어가는 부민제로 인해 도제교육이 생활화되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일에 전념하고 최고가 되려는 철저한 직업의식을 일컫는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즉 장인정신은 대대손손 가업을 물려받는 전통적 문화에 기인한다. 


국가 교육 시스템을 통해 직업훈련으로 명장을 배출하는 독일과 달리, 일본은 자율적으로 장인 배출을 이어왔다. 일본 장인정신 연구의 대가, 기요나리 타다오 호세이대학 명예교수는 일본의 장인정신을 이와 같이 설명한다. 


최고의 단계를 넘어선 장인은 남의 기술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바로 자신을 이기고 득도하려는 자세지요. 바로 그것이 일본의 장인정신입니다. 한국 제품을 보면 마무리가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습니다. 이익이 나지 않는 것을 우직하게 갈고닦으려는 일본과 같은 장인정신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장인정신은 한 분야에 대해 자존심을 거는 투철한 집요함이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쇼쿠닌은 자신의 분야에 몰입해 일과 삶을 동일시한다. 쇼쿠닌들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술을 계승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의 적용을 시도해 혁신을 꾀하면서 자연스럽게 최고 실력자, 장인이 된다. 


꾸준히 한 우물만 파는 노력을 거듭해 장인이 되는 길은 다름 아닌 장인들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현재 100년이 넘은 음식점이 1만여 곳에 이르는 일본은 가게마다 에도시대의 건물을 유지하며 최고의 맛을 이어가려는 상도(商道)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메밀 국숫집 오와리야는 600년, 일본 요리점 효테이와 초밥집 이요마타는 400년 전통을 이어가는 관광명소다. 단팥빵을 처음 만든 도쿄 빵집 기무라야, 소바집 사라시나 호리이 등은 200년이 넘었다. 한국의 한정식을 기대하고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정작 이자카야, 일본 가정식으로 즐비한 홍대와 강남 일대를 보고 실망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일본 소도시 골목의 맛집들은 한결같은 맛을 유지함으로써 명성을 쌓았다. 일본의 가장 격조 있는 음식점으로 평가받는 교토의 ‘효테이’는 15대째 가업을 이으며 효고현 아카시산 도미만 사용한다. 교토에서는 3대가 지나지 않은 음식점의 요리는 요리로 치지 않을 만큼 음식 장인들이 교토 음식 문화를 유지한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신뢰와 전문성을 쌓는 장인정신은 곧 심화된 기술력과 전문성을 가진 장인을 배출한다. 일본 골목 가게들은 장인들에 의해 꾸준하게 장인의 맥을 이으며 고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오사카 츠지 요리학교 사례


오사카 나카노지마에 위치한 ‘츠지 요리학교’는 프랑스 르꼬르동 블루, 미국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함께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힌다. 1960년 츠지 시즈오가 창업한 이 학교는 건학정신, 즉 가르치면서 배우는 도제 간 상생을 추구한다. 


츠지 시즈오는 ‘학교란 교원이 갖고 있는 최대한의 지식과 기능을 수업에서 학생에게 모두 전달하여, 교원 스스로가 새로이 계속 배워나가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교원은 가르치면서 성장하고, 학생은 방법 습득과 훈련으로 성장함으로써 사제 간 협력을 통한 상생 발전을 지향한다.


건학정신을 실천하는 츠지 학교 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기본에 충실한 지도 방식이다. 1년부터 3년까지 기술 수준에 따라 단계별 코스로 나뉘어 있어, 1년 코스의 경우 분야에 관계없이 필수적인 기초 기술을 철저하게 가르친다. 기본을 다지기 위해 조리도구에 대한 주의사항을 일일이 적어두고, 칼 가는 방법, 썰기 방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선생님의 지도로 배우게 된다. 2~3년 코스로 심화과정에 들어가야 비로소 일식, 양식, 중식 중 주요 장르를 선택해 전문적인 기술과 실습 중심의 훈련을 받는다. 아주 기초적인 요리 기술을 1년간 완벽하게 가르침으로써, 기본이 탄탄한 요리 실력을 갖추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두 번째, 개별 지도 중심의 긴밀한 사제관계 형성이다. 한 반에는 학생이 40명으로, 담임과 부담임이 관리한다. 츠지 요리학교를 졸업한 각 요리 분야의 일류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있다. 개별적인 수업 이해도에 따라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실습 중에는 바로 옆에서 고도의 기술을 직접 보고 방법을 배우도록 독려한다. 일대일 진로 상담으로 학교생활이나 향후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나누면서 돈독한 사제관계가 만들어진다. 


세 번째, 무엇보다 훌륭한 환경이다. 요시키 교장은 ‘최고의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최고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이념 하에 츠지 요리학교가 최고의 재료와 시설을 갖추었다고 말한다. 조리실습실, 집단 조리실 등에는 각 요리 과정에 따라 최고 수준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조리대가 마련되어 있어 학생들이 요리 과정을 분담해 최고의 요리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은 세계적인 요리사를 배출하는 데 기여한다. 훌륭한 방법과 지식을 습득해 직접 맛을 내기까지 모든 과정을 체득한 츠지 학교 출신 요리사들이 최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네 번째, 네트워크 형성이다. 창업을 원하는 츠지 요리학교 졸업생과 졸업 예정자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통과되면 개업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현재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업계의 소문난 명장들로부터 경영 노하우, 전략, 실질적인 요리 서비스 등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졸업 후 시간이 흐른 뒤에도 얼마든지 수강이 가능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자 하는 수강생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츠지 요리학교는 11만 명에 달하는 졸업생들을 활용해 수강생들을 위한 취업 세미나를 열고,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교류를 장려한다. 졸업생들 역시 학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등 사후 관리도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


독일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직업훈련제도를 통해 숙련된 인적 자원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특히 도제교육 시스템을 통한 명장 양성을 시작한 국가다.


절반이 넘는 독일 젊은이들이 대학 진학 대신 직업학교를 선택한다. 2~3.5년간 일주일 중 4일은 도제 계약을 체결한 사업체에서 현장 실습을 받고, 1~2일은 직업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기능인으로 성장한다.


독일 마이스터는 뛰어난 전문기술과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성공한 경영인이다. 직업학교부터 약 10년간 고도의 전문기술을 익히고 연륜을 쌓은 마이스터들은 최고 실력자로 대우받는다. 자동차 수리, 꽃꽂이, 맥주 제조 등 약 350여 개 업종에서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기능사 자격을 얻은 후 마이스터가 되려면, ‘계속 훈련’을 통해 전문 분야 기술뿐만 아니라 경영, 회계, 교육 등 제자 양성에 필요한 과목을 듣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현재 96만 7000개, 약 백만 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바로 마이스터가 창업한 기업이다. 쉽지 않은 길임에도, 많은 기능인들이 마이스터로 창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사회적 인정과 자부심이다. 독일 마이스터들은 대학교육을 마친 이들보다도 일반 기업에서 훨씬 높은 임금을 받으며 대우받는다. 오랜 기간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로 자신만의 제품을 개발하면서 쌓아 올린 명성과 자부심도 대단하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디자인, IT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의 마이스터들은 한 분야의 리더로 인정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19세기 독일 산업화 과정에서 시작된 독일 직업훈련제도는 이제 전산업 분야의 명인을 배출하는 과정으로 확대되었다. 마이스터들이 차세대 마이스터를 양성하는 교육시스템이 독일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한국에도 변화의 물결이


경리단길 개척자로 유명해진 장진우는 미래 창업자를 위한 학교를 운영한다. 장진우 가게에서 일하는 연륜 있는 요리사들이 학생들을 직접 교육한다. 장진우 학교는 졸업생 중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그들의 창업을 지원한다. 교육-훈련-창업으로 이어지는 소상공인 육성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청년 창업가들이 용산 인쇄소 골목에 모여 다수의 식당을 운영하는 '청년창업꾼'도 미래 골목 창업자를 위한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교실에서 배우는 정규 학교나 직업학원과 달리, 현장에서 같이 일하며 배우는 현장 교육 프로그램이다. 


한국 공예 장인을 양성하는 주요 기관은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 한국문화재재단에 의해 운영되는 ‘한국 전통공예 건축학교’다. 전통공예의 맥을 잇기 위해 명장과 무형문화재 보유자 등 장인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1년간의 기초과정 후, 2년 차 연구과정, 3년 차 전문과정으로 심화되는 단계별 커리큘럼을 통해 일반인들이 기초 지식을 습득하고 분야별 공예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목공예, 칠공예, 금속공예, 직물공예, 전통건축으로 나누어진 분야 내에는 15 종목 62개의 수업이 진행된다. 장인의 기술과 노하우를 가르치고자 수강생은 한 반에 10~16명 내외만 받는다. 과정은 3년이지만 6년에서 10년 가까이 장인 밑에서 훈련받는 이들도 많다. 특화된 분야의 최고 명장으로부터 일대일 지도를 받으며 장기간 도제식 실기교육으로 훈련함으로써 한국 전통 공예의 명성과 가치를 계승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공예 교육의 차이


한국 전통공예 건축학교는 공예 장인들에 의해 훈련받는다는 점에서 가나자와 공예공방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가나자와 공예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직인대학’과 ‘시민예술촌’ 때문이다.


한국 공예학교의 경우 수강하는 학생들에 대해 별도의 자격 제한이 없다. 반면 직인대학 학생들은 수준 높은 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도록 대부분의 연수생이 10년 이상의 전문가들로 선별된다. 이미 해당 분야의 전문 인력이라도 장인으로 거듭 성장시키기 위한 심화 커리큘럼 중심이다.


가나자와의 폐 방직 공장을 리모델링한 시민예술촌은 시민의 예술 활동을 촉진시켜 도시 재생을 이끌었다. 전통 공예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공립 문화시설로 건립, 멀티미디어 공방, 뮤직 공방, 오픈 스페이스 공방 등 다양한 문화를 일반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민들이 직접 창작에 참여하고 자유롭게 공예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공예의 대중화와 산업화를 통해 관광지로 성장했다. 


현재 한국 전통공예 건축학교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전통공예를 이끌어갈 장인을 배출하고, 전통 기술을 접목시킨 현대 문화 가치 창출을 위해 과연 서울 강남이 적합한지 의문이 든다. 


한국 전통공예 건축학교가 가나자와처럼 성공적인 전통공예 산업화 사례로 꼽히려면, 전통공예 정체성을 보유한 지역에 장인 대학을 설립하고 공예 상권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학교보다 전문적인 장인 공예 교육기관을 설립함으로써 차세대 장인을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전통공예마을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는 지역 중에서 공예 정체성을 향유하기에 적합한 지역에 공예 박물관과 미술관 등의 문화 인프라와 공방들을 집적시켜야 한다. 일반 시민들이 한국 전통공예 문화를 즐기고 개성 있는 공방의 공예품들을 소비해야 공예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최고 명장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교육받는 후계자 전문 양성 기관과 공예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통공예 골목이 활성화된다면, 해외 관광객들이 유입되어 가나자와를 뛰어넘을 것이다. 


가나자와 우타츠 공예공방



대안은 장인 대학이다


지역 경제에 중요한 골목 장인의 양성을 장진우, 청년장사꾼 등 민간 기관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간 기관이 육성할 수 있는 골목 장인의 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기간 기술과 경험을 쌓은 다양한 분야의 명장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율적인 장인 공급은 어려울 것이다. 


대안은 지역사회 기반의 공예인 양성을 지향하는 가나자와 모델이다. 지자체가 자신이 특화하길 원하는 골목 산업 분야의 장인 대학을 설립해 골목 장인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골목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특정 산업의 장인들을 양성하는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한국 골목도 명장들의 솜씨가 빛나는 장인 골목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미 각 분야의 연륜 있는 자영업자들은 장인 대학 교육을 통해 사회적 인정과 존경을 받는 최고 명장이 되는 길에 도전할 수 있다.  한국 1세대 장인들이 배출되기 시작하면, 장인 대학은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를 계승하는 훈련생들을 지속 양성하고 배출해 장인들의 도제교육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상공인 도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