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8일

"어젯밤은, 아주 농도가 짙은 숙면의 밤으로 기억될 것이다"

by 리움

어제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너무 정신없이 자서 내릴 정류장을 지나칠까 걱정했는데, 집에 와서는 '생각보다 잠이 안 오네'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숙면이랄까 폭면이랄까. 의식을 놓아 버렸다고 할까? 의식을 놓아 버렸다니까, 갑자기 수면 내시경을 할 때가 생각난다. 처음에는 '이게 정말 잠이 드는 거야? 중간에 깨면 어떻게 하지?'이런 고민을 하지만, 순간 기억이 뚝하고 끊어지고 의식이 돌아오면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나고 회복실 침대에 누워 있게 되는.


사실 수면 내시경을 처음 받아 봤던 건 지금으로부터 한 이 십 년쯤 전이었다. 위 내시경을 받는 상황이었다. 가물가물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입 안으로 무언가 들어오는 느낌에 잠에서 깼고, 수면 약물? 그런 걸 더 넣고 다시 까무룩 의식을 잃었고, 그리고 일어나 보니 한 시간이 넘게 지나 있었다. 결과를 듣고 집에 돌아오는데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지금은 수면 내시경을 할 때,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 당시에는 혼자 가서 검사를 받았었다. 그때 결국, 집까지 못 가고, 중간에 친구 집에서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더 자다가 집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다시 수면 내시경을 한다고 했을 때, 중간에 또 깨면 어쩌지, 끝나고 또 그렇게 힘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었다. 한동안 계속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걱정을 조금 덜 하지만.


사람의 첫 기억이란 건 참 중요한 것 같다. 첫 기억은 참 오래 남아, 대상을 바라보는 방향성을 결정하게 한다. 때론 그 기억에 반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도, 첫 기억이 희미해지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첫 기억이 강렬하면 할수록 대상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것 같다.


아니 굳이 첫인상이 아니어도, 어느 순간 어떤 대상에게 강렬한 느낌을 받았을 때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그 모습을 다시 찾기 위해 더 자세히 관찰하고 탐색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 혹은 완전히 관심을 끊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런데 또 다른 생각을 해보면, 어쨌든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이고, 희미해지는 기억에는 다른 기억들이 덧대어져, 뒤섞이기도 하고 변질되기도 하고 퇴색되기도 하고, 혹은 더 선명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첫인상은 첫인상일 뿐이고, 첫 기억은 첫 기억일 뿐이 아닐까?


처음 느낌이 끝까지, 온전히, 지속될 수는 없다. 그건 맞다. 다만 바라는 것은, 좋은 느낌을 받았던 대상이 끝까지 좋은 느낌으로 남아 주는 것, 처음에는 나쁜 느낌을 받았더라도 결국에 좋은 느낌으로 남게 되는 것, 기대가 실망이 되지 않는 것, 온기가 온기로 남아 있는 것, 다른 이에게 자신 또한 그렇게 남는 것.


그래서 바라는 것은, 처음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그 기억을 언제든 소환하여 현재를 더 소중하게 지탱해 줄, 그런 인연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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