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람"
바람이 분다. 바람이 많이 분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얼굴을 들고 바람을 맞이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보다는 바람이 불어 갈 곳으로 바람과 함께 흘러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바람이 머물 곳은 어디이며 바람이 멈출 곳은 어디일까? 그 바람에 나의 바람도 실어 본다. 바람은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바람이 스며들 수 있는 곳에 나도 스미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 좁은 곳에서 아주 넓은 곳까지, 꽤나 어두운 곳에서 꽤나 밝은 곳까지, 제법 낮은 곳에서 제법 높은 곳까지.
바람은 확실히 느껴지지만 실체가 없다. 손끝 머리끝 피부 솜털에서까지 모두 느껴지지만 잡아 둘 수 없다. 바람만큼만 자유롭고 싶었다. 바람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정해진 방향으로 불고 있다는 사실을 배우기 전까지, 바람처럼 온전히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했다. 바람도 완전한 자유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바람만큼만이라도 자유롭고 싶었다. 자유라는 것도 실체가 없는 건 마찬가지라, 마음으로 감정으로 심정으로 감각으로 때때로 느끼지만, 잡아 둘 수 없는 것이었다.
나의 바람이 분다. 잦아들었다 거세졌다 몰아쳤다 잔잔해졌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 없었다. 실체가 없는 것은 아직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자유로운 건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고, 어디까지 불어 어디에서 멈출지 모르는 건 내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분다. 나의 바람은 멈추지 않고 분다.
오늘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마음이 들뜬다. 바람이 불어서 들뜨고 나의 바람이 같이 일어나 들뜨고, 부는 바람에 내가 흔들려서 들뜬다. 세상 곳곳에 스미는 바람처럼 마음 곳곳에 나의 바람이 휘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