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9일

"나의 책장"

by 리움

어릴 적 꿈 중 하나가 유럽 도서관 같은 서재를 갖는 것이었다. 3층 높이쯤 되는 천장, 천장에 닿은 책장, 그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 그리고 편안한 의자와 책상. 천장은 돔 형태의 유리로 되어 있어 햇빛이 늘 가득 담겼으면 좋겠고, 늘 적정 온도가 유지되는, 완벽하게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을 가지고 싶었다. 어릴 적에는 정말 가질 수 있다고 믿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현실성 없는 공간이란 것을 안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구경하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책을 소유하는 것도 좋아한다. 한창 책을 사들을 때는 달에 몇십 권씩 사기도 했었다. 책이 있으면 책을 넣을 공간도 필요했고, 그렇게 조금씩 책장을 늘렸었다. 그때는 작은 방 하나가 내 공간이었고, 사방을 꽉꽉 채워, 공간 박스 여러 개를 조합해서, 책장으로 사용했었다. 지금은 여유 공간도 늘었고, 창고처럼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창고에 책장을 두고 책을 보관하고, 현재 필요하거나 읽을만한 책들만 따로, 이런저런 작업을 하는 책상이 있는 방에 두었다.


나의 책장에 있는 책들이 내가 소유했던 책들의 전부는 아니다. 책은 빌려 주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경험할 때마다 느끼고는 했다. 안타까운 건 번번이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빌려줬다는 것이고, 그래서 정말 좋아하는 책들은 지금의 내 책장에는 없다는 것이다. 왜 책을 빌려주면 돌려받지 못하고 꼭 연락이 끊어지는 것일까. 사실 그래서 완전히 줄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은 책을 빌려주지 않는다.


요즘 내 책장에는 새로운 책들이 거의 없다. 요즘에는 책을 잘 사지 않기 때문이다. 책이 꽤 번거로운 짐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과거의 책은 낭만이었는데, 지금의 책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일까. 나는 지금, 나의 책장을 등지고 앉아 있다. 내 뒤에 있는 책장에는 책 보다 다른 잡동사니들이 더 많다. 많은 책들이 눈에서 멀어졌다. 그래도 아직 나는 책을 좋아한다. 가끔 도서관에 가, 묵은 책 냄새를 가득 맡기도 한다.


좋아하는 감정 하나가 다였던 시절이 지나고, 이제는 현실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하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책이란 존재는 언제까지고 내게 현실보다는 낭만이길 바란다. 어떤 날들이 남아 있던, 내 책장 한편에는 나의 낭만이 꼭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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