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2일

"나의 기억"

by 리움

기억력이 좋은가?라고 물어본다면, 어떤 기억력을 말하는 건가?라고 되물어볼 수밖에 없다. 나의 기억력은 선택적으로 적용된다. 기억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확실한 차별이 있다.


의심이 많은 편이라기보다, 내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을 잘 안 믿는 편이었다. 다른 사람의 말보다는, 내 경험, 내 지식, 내 기억, 내 생각, 내 판단에 더 큰 비중을 두는 편이었다. 사실 나는 내 기억을 꽤 믿는 편이었다. 내 기억과 맞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도 하고 그러다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일들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기억에 대한 확신을 잃었다. 내 기억에는 확실한 왜곡과 편향성이 존재했다.


사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신이 한 말과 행동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거나, 때론 완전히 정반대로 기억된다 거나, 그런 것 같은 때가 많다. 그럴 때면 기억의 왜곡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닌 건가, 아니면 이것마저도 내 기억의 왜곡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좋아하는 건 잘 잊지 않는다. 정말 잘 잊지 않는다. 무언가를 보거나, 읽거나, 듣고 느낀 것 모두, 기억의 서고를 뒤적이면 바로 찾을 수가 있다. 아니 있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것도 잘 안 되는 것 같지만, 예전에는 정말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히게 기억했다. 다만, 좋아하는 게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외의 것들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기억을 못 하는 수준이 아니라, 가끔은 인식도 잘 못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초점이 맞춰진 것만 기억하다 보면, 기억의 왜곡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걸 지금은 안다. 배경을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가끔 초점에도 과장이나 축소등의 왜곡이 들어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기억을 잘 믿지 않는다. 물론 이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화제에 대한 진의 여부를 논의할 때에 해당한다. 내 기억이 맞다고 우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내 기억을 잘 믿지는 않지만, 내 기억을 뒤적이며 즐기는 것 또한 좋아한다. 왜곡되면 어떤가,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는다면, 그저 혼자 즐기는 것이라면, 왜곡되든 그렇지 않든, 상관이 없지 않을까? 선택적 기억 또한 용량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었을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기억하지 못하고, 때론 지워버리기도 하니, 이 얼마나 편리한 기억인가? 이런 진담 아닌 농담을 혼자 중얼거리며, 기억의 편향성에 대해 합리화하고는 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은 다 기억의 편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라보는 방향도 다르고 평가하는 방향도 다르니까. 중요도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니까. 내 기억이 꼭 완전하지는 않구나, 상황에 대한 다른 이의 기억을 열람하는 것도 좋구나, 그렇게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보는 것도 꽤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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