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있음"
아주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나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형체가 없는 정신체의 한낮 꿈은 아닐까? 참 이상했다, 실체가 있는 건 눈으로 확인을 할 수 있는데, 나만은 내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없으니.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내 눈으로 보는 건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에까지 미치게 된다. 존재에 대한 의심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아마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없다는 건 없기 때문에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있다는 건 과연 증명될 수 있을까? 있던 것이 없어지기도 하고 없던 것이 있어지기도 하는 걸 보면, 사실 있지만 보이지 않았을 뿐일 수도 있고, 없지만 있다 착각하고 있는 걸 수도 있지 않을까?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들이다.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론을 찾아 의심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며칠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빈 집 냄새가 났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고, 단지 나 하나가 없었을 뿐인데,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머물러 낡아가는, 순환이 멈춰버린 공기 냄새가 났다. 나 하나의 있음에 집이 숨 쉬고 있는 걸까? 집에게만은 분명, 내가 필요한 존재구나.
나는 나의 필요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되더라도 크게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나의 쓸모는 타인이 아닌, 내가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들이 나의 쓸모가 될 것이고,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결국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이 영원히 내게 있지 않을 것이란 것은, 살아오며 많은 증명 과정을 거쳤다. 나에게 '있음'이란 한철이다. 철이 지난 것들은 다시 사용하려 노력해도 사용할 수 없었다. 존재조차 확신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내게 머물다 떠나갔다. 지금 내게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철을 맞아 화려하게 피어야 할 것들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의 나는 오늘에만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