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9일

"나의 틈"

by 리움

꼼꼼할 것 같다, 완벽주의자일 것 같다, 계획적일 것 같다, 내가 자주 받는 평가이다. 외형이나 분위기가 좀 그런가? 지금은 조금 후덕해져서 덜하기는 한데, 어릴 때는 꽤나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뭐 솔직히 내가 봐도 내 외모가 약간 사무적으로 생기긴 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저런 평가를 듣는 걸 보면 몹시도 웃곤 한다. 꼼꼼도, 완벽도, 계획도, 내게는 없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틈이 참 많은 사람이다. 틈이 많은 걸 알면서도 틈을 채우려 하지 않는다. 허술함에 잘 단련된 벽은 틈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나의 틈에는 빗물이 스미고 바람이 통하고 눈이 쌓이곤 한다. 나의 틈에는 이끼가 끼고 작은 풀이 자라고 꽃잎이 피곤한다. 틈은 때론 세상을 보는 창이 되고, 세상이 밀고 들어오는 통로가 된다.


그렇다, 나는 나의 틈을 좋아한다. 세상에 빈틈없이 꽉 끼어있지 않아서, 틀에 맞지 않아 언제고 틀에서 튀어나올 수 있어서. 엉성하게 걸쳐져 있어서, 느슨하고 허술하며 설렁설렁하게. 세상의 틈에 나의 틈을 대충 걸쳐놓고 살고 있어서.


그래서, 나의 틈은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나의 틈은, 언제고 나의, 실수의 기록이며 실패의 증명이며 자유의 행방이며 행복의 통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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