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기운이 빠지는 날이다"
조금 기운이 빠지는 날이다. 자신의 현재 상황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더 좋아진 상황이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씁쓸하고 조금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니라고 부정하던, 변해버린 상황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더, 별로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런 상태이다. 어쩔 수 없다는 것, 받아 들어야 한다는 것, 다른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 모두 알고 있지만, 어쩐지 의욕만 더 떨어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드니 그런 것 같다. 더 많이 경험했다 아직 더 할 수 있다 자신하지만, 설 수 있는 자리가 자꾸 더 좁아진다, 느끼는 순간이 있다는 것,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아직 변하지 않았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었나 하는, 그런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변했다는 걸 조금 더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것. 지금 내가 그런 순간에 서 있다는 것.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상관이 있다는 걸, 꽤나 몸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 기회에 인생 2회 차나 열어볼까? 다른 걸 해 볼까? 다른 걸 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비비적거려야 하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질 텐데, 과연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세상에서 항상 조금 떨어져,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세상에서 밀려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보다. 앞으로 그런 느낌을 받는 날이 더 많아질까? 나이가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기회의 문 앞에서부터 평가절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건, 조금 억울하다. 지난날의 내 시선도 그러했을까? 지나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지난날의 나를 한 번 더 되돌아보고, 지금의 나를 한 번 더 훑어보고, 앞으로의 나를 한 번 더 더듬어본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일까? 정답이 없어서, 정답을 찾을 수도, 정답이라 우길 수도, 그렇다고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는,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