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가 높은 날들이다"
습도가 높은 날들이다. 제습기가 열일 중이다. 제습기 구입은 두고두고 생각해도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온갖 곳이 다 눅눅하다. 뽀송한 이불을 기대하기가 조금 어려운 날씨랄까. 하늘도 우중충, 공기도 꾸물꾸물, 거리 색마저도 축축하다.
날씨가 늘어지면 사람도 늘어진다. 나는 그렇다. 비가 오는 날만큼 습도가 높은 날도 좋아하지 않는다. 살갗에 붙는 공기마저 끈적끈적하다. 피부가 조금 간지러운 느낌마저 든다. 마음도 눅눅해졌는지, 영 말끔하지가 않다. 축축 늘어지는 기분이 영 좋아지질 않는다.
어제는 이른 시간부터 맥주를 마셨다. 딱히 일이 없기도 했고, 그냥 그러고 싶은 날이었다. 가라앉던 기분이 맥주 거품과 함께 부풀어 오르는 듯했다. 들뜬 기분에 헤실거리다 보니, 하루가 다 가버렸다. 맥주는 마실 때는 참 좋지만, 그다음 날의 안녕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술을 좋아하지만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는 사람의 비애랄까.
그래도 이렇게 눅눅한 날이면, 시원한 맥주 한잔이 땡기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오늘도 일을 모두 마무리하면, 맥주 한 잔 타임을 가질 것 같은데, 이건 예언일까, 계획일까, 통보일까,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조금씩 만사가 더 귀찮아지는 7월의 일곱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