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가 오늘은 좋구나"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가 오늘은 좋구나. 한동안 더워서 그런가, 빗줄기가 유독 시원하게 느껴진다. 주방 창에서 보면, 전형적인 주택가 골목이 보인다. 양 옆으로 붉은 벽돌 집들이 있고, 그 앞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 어느 집 담으로 넘어온 나뭇가지, 어느 집 담 앞의 소박한 화단,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 나는 가끔 그 풍경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가 있다. 그리고 오늘도 그랬다.
비에 젖은 풍경이 너무 시원해 보여서, 평화로워 보여서,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물기 먹은 바람이 불어왔다. 하나로 질끈 묶어 올린 머리카락에서 벗어난, 잔머리들이 바람이 흔들렸다. 평화, 안온함, 상쾌함, 시원함, 안정감. 작은 주방 창으로 보이는 세상이 좋았다.
별거 아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지만, 오래 보게 되는 그런 풍경들이 있다. 두고두고 다시 찾게 되는 풍경들이 있다. 그런 풍경의 기억에는 바람이 있을 때도 있고, 바다내음이 있을 때도 있고, 작게 조잘거리는 새소리가 있을 때도 있고, 높게 솟은 나무 꼭대기의 푸른 잎들과 그 보다 높고도 푸른 하늘이 있을 때도 있다. 거대한 압도의 풍경에 대한 기억도 선명하지만, 간혹 흔들리는 마음에 찾게 되는 지척의 풍경에서 받는 위로도 선명하다.
잔잔한 풍경이, 오늘 하루치 위로를 건넨다, 흔들리는 마음도 잠시 쉴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