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다 쓰지 못하고 뒷 페이지가 남은 노트들을 정리했다"
끝내 다 쓰지 못하고 뒷 페이지가 남은 노트들을 정리했다. 정리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고, 많이 남아 새 노트처럼 쓸 수 있겠는 노트들은 표지에 시트지 같은 걸 덧붙였고, 뒷부분만 남아 새 노트는 될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은, 낱장으로 잘라 메모지로 만들었다. 저번에 큰 노트들을 정리해서, 오늘은 작은 노트들을 정리했다.
노트들을 정리하다 보면, 앞부분에 쓴 내용들을 볼 수밖에 없다. 저번 큰 노트들은 독서록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작은 노트들에는 여행일지가 적혀있었다. 작은 노트다 보니, 들고 다니기가 편해서였겠지.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이곳저곳 쑤셔 넣어져서 그런지, 얼룩도 많고 구김도 많았다. 낙서처럼 적힌 여행 일정, 여행지에서의 짧은 감상, 언제 적었는 지도 모르겠는 메모들이 휘갈겨 쓰여 있었다.
뒷 페이지가 남은 노트들을 보고 있으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쩌면 더 많은 이야기가 채워져야 했을지도 모를,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일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 묵혀 있던 노트에는 세월의 냄새가 난다. 종이가 부식되는 냄새가 난다. 종이에 쌓이던 공기의 냄새가 난다. 종이가 머금은 시간과 공간의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