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7일

"모자를 빨았다"

by 리움

모자를 빨았다. 나에게는 하얀 모자가 하나 있다. 참 좋아하는 모자인데, 쓰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해졌다. 안 빨아본 건 아닌데, 영 깨끗해지는 것 같지 않아, 버려야 하나 고민이었다. 똑같은 모자를 하나 더 사볼까도 했는데, 어쩐지 탐탁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이 모자에 정이 듬뿍 든 모양이었다. 인터넷으로 모자를 세탁하는 방법을 찾아보다, 꽤 괜찮아 보이는 방법이 있어서, 그대로 빨아봤다.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모자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야구모자는 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모자를 쓰면 얼굴이 더 커 보이는 것 같아, 모자를 잘 쓰고 다니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실은, 나는 모자를 좋아한다. 멋지게 모자를 잘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항상 부러웠다. 나이가 들다 보니, 조금 안 어울리면 어떤가,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누가 나를 본다고,라는 조금은 뻔뻔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에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요즘은 아주 잘 어울린다고는 볼 수 없지만, 썩 나쁘다고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역시 뭐든 사용하다 보면 나에게 맞춰 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 뭐든 사용하 더 보면, 나에게 영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어느 순간 꽤 괜찮아 보일 때가 있다. 그렇다면, 단정 짓고, 한계 지어, 나를 막고 있는 건, 항상 나였던 것이 아닐까.

keyword
팔로워 24
작가의 이전글2025년 7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