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일

"다음을 준비하는 결이 그렇게 다르다"

by 리움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라 하는데, 가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비워내는 계절인 것 같다. 계절은 무언가를 비워내고, 사람은 무언가를 채워 넣고, 이다음을 준비하는 결이 그렇게 다르다.


무언가를 비우지도 채우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다음은 또, 혹독할 수도, 무의미할 수도 있다. 견디고 버티게 될지, 흘리듯 보내게 될지, 다가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옷장에 두꺼운 옷들을 채운다고, 마음이 두터워지지는 않고, 보일러의 온도를 높인다고,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예열 중이라고 믿었던 화로는, 화력을 잃은 잔불만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잔불이라도 남아 있다면 다행인 건가?


나는 준비되지 않은 다음을 꿈꾸고 있는 줄도 모른다. 비워지지도 않은 곳에 무언가를 또 채우려고 하는 줄도 모른다. 사실은 다음이 없는 줄도 모른다. 오늘은 흘리고 내일은 버티고, 그다음은 견디고 그리고 보내고, 그러다 보면, 또 그다음이 오는지, 안 오는지,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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