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를 일"
아주 오래전에 국화 화분을 산 적이 있었다. 가을의 길목이었는지 가을이 한창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 당시 나는 나에게 화분을 선물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었고, 학교 앞 꽃집에는 예쁜 꽃 화분들이 전시되곤 했었다. 작은 화분에 주먹만 한 흰 국화가 딱 한 송이 피어있었다. 꽃은 꽤 오래 피어있었다. 뿌리를 잘 말려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다음 해 화분에 다시 심으면 또 꽃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내 국화는 다음 해 꽃을 피울 수 없었다.
그래도 그 해 가을은 그 국화로 기억되었다.
생각은 자꾸 기억을 거슬러 올라간다. 기억이란 강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확실하다.
맹맹한 커피를 마시고 어제와 같은 거리를 걷고 매일이 같은 시간의 반복이란 생각을 하며, 오늘은 특별하길, 오늘이 어느 가을날로 기억되어, 먼 후일 그때 그랬지라고, 그날의 특별함을 돌아보길, 욕심을 내어보다, 쓸데없다 고개를 흔든다.
아니, 근데, 사실, 어느 미래, 어느 때에는, 오늘이 특별함으로 기억될 줄, 오늘은 모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