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뻔히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발버둥이 발버둥일 뿐이라면...

by 리움

물은 결국 낮은 곳을 향해 가고

시간은 결국 내일을 향해 가고


결국은 모두 가야 할 곳으로 가는 것이라면


하여


운명이란 게 결국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라면


꽃이 피면 꽃을 즐기고

잎이 피면 잎을 즐기고


가지가 앙상해지면 앙상해진 나뭇가지 사이로 비친 하늘을 바라보고

눈이 내리면 하얗게 덮인 저 높은 산꼭대기를 바라보고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흘려보내도 되지 않을까


노력도 결국 하던 사람이 하고

성취도 결국 이룰 사람이 이루고


뻔히 정해진 결과가 순리처럼 찾아오는 것이라면


어쩜


모든 것이 헛된 것만 같네


결국은 오게 될 내일이 당연한 것처럼

결국은 내일의 나도 뻔하게 오게 될 것이라면


흘러가는 걸 흘려보내며

흘러가는 게, 흐르는 걸 지켜보며

흘러가는구나, 당연한 그 순리 속에


어디서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날 틈새를 찾아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게

흘러가는 게 낮아지지만은 않게

운명이란 게 나를 정체시키지 않게


내 뜻이 사실은 내 뜻이 아니어도

순리라는 것이 정해져 있어도

발버둥이 결국 발버둥에 그치더라도


하여


꽃이 피면 꽃을 즐기고

잎이 피면 잎을 즐기고


가지가 앙상해지면 앙상해진 나뭇가지 사이로 비친 하늘을 바라보고

눈이 내리면 하얗게 덮인 저 높은 산꼭대기를 바라보고


운명이란 게 결국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라도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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