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검정 고무줄 따위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한 당일 아들과 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니. 집에서 조용히 자축했다니. 그 말들이 진실하고 또 진실해 보여 더 존경심이 들었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받아 오는 단체 메달도 양가 가족 톡방에 자랑하기 바쁜데.
장르 불문하고 유튜브는 1.5배속으로 보는 게 기본인데 한강 작가님 수상 소감은 재생속도를 건드릴 수가 없었다. 예전 인터뷰 영상들까지 모두 본래의 속도로 감상했다.(한강으로 도배해준 알고리즘 감사해) 한 단어, 한 문장 신중하고 정성스럽게 말하는 그 모습과 우아한 말투. 감히 재생 속도 따위로 해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영상을 보고 있자면 결론부터 보여주는 지금의 콘텐츠 트렌드가 우습다.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 소감 영상만큼은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녀의 속도대로 보지 않았을까.
말은 곧 생각이다.
생각이 바뀌어야 말이 바뀐다.
그녀의 생각을 모두 가슴에 새기고 싶어 여러 번 돌려 봤다.
그 속도 그대로.
팔에 미처 빼지 못한 -아니 어차피 그걸 빼고 안 빼고는 그녀의 관심사가 아닌- 저 검정 고무줄마저 사랑스럽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