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한 순간

오롯한 당신

by Riley

치통이 찾아왔다. 사람들과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데 욱신신. 오후 내내 불편함을 느꼈다. 집으로 운전하고 오는 한 시간 반 동안 내내 이어지는 치통. 어느 순간 그게 치통인지, 며칠 전부터 괴롭히던 편도염으로 인한 통증인지 헷갈렸다. 기분 나쁘게 은근히 머물러 있는 통증 부분을 도려내고 싶어졌다. 왼쪽 어금니를 뽑거나 편도를 드러내는 상상을 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나, 나 자신이 섬뜩했다.


통증에 대해 생각하다가 1년 반 전 돌아가신 이모 생각이 났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병원 침대에 누워 계시던 이모 얼굴은 새하얗고 깨끗했다. 다리는 앙상했다. 겨우 눈을 뜨고 계셨지만, 우리 이모는 나를 알아보시며 따뜻한 몇 마디를 건네셨다. 밥은 먹었니. 이모는 퍼져있는 종양과 차오르는 복수를 떼어내고 싶으셨을까.


우리 모두는 제 아무리 잘랐다고 으스대고 타인을 무시해도 별수 없다. 작은 통증에도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아무리 큰 업적을 지어도, 아무리 똑똑해도, 세상 모든 사람의 존경과 관심과 사랑을 받아도, 외부의 작은 충격 하나에 놀라고 다치고 넘어질 수 있다. 보잘것없는 존재. 그렇기에 지금 앉아 있는 나 자신과 가족과 이웃과 친구가 모두 대단하다. 보잘것없지만 동시에 그 반대편의 큰 우주만큼 대단하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마무리 짓고 한 여름밤 시원한 공기를 느낄 수 있으면 다 가진 거다. 이 순간이 오롯이 평온하다. 오롯한 우리. 오롯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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