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경험이다

물건 vs. 경험

by Riley

우리 남편은 옷이 정말 많다. 그는 옷을 엄청 잘 입는다. 내가 워낙 패션에 까다롭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그래도 여자인 나보다 5배 이상은 많은 듯하다. 신발은 50배 이상 많을 것 같다. 패션에 종사하기도 했거니와 워낙 관심이 많다.


솔직히 물건(옷)의 가치가 경험의 가치보다 하급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옷은 물건이지만 동시에 경험이다. 하루 종일 내 몸에 걸쳐있는 물건이 그냥 물건일리가 있을까. 내 촉감, 내 기분, 내 하루를 결정짓는 경험이 옷이다. 개인이 삶의 다양한 요소에 부여하는 가치는 다 다르고 그 가치에 따라 경험을 선택할 뿐이다.

내면이 외모보다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외모가 바뀌면 내 태도가 바뀌고 태도가 바뀌면 내 행동과 내 인생이 바뀌는 거다.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도 중요하다. 그게 주커버그 회색 티셔츠가 됐건 젠승황 재킷이 됐건.


나는 더 이상 타인의 패션 철학에 대해 어쭙잖게 평하지 않는다. 미술관에 걸려있으면 "예술"이라 하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걸치고 다니면 그냥 날씨에 맞게 구색 맞춘 물건이라고 표현하는 건 답답한 사고다. 내가 좋아하는 색감과 디자인으로 나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 역시 나를 정의하는 하나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이다. 자신에 대한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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