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30분이 되면 우리집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됩니다.
TV를 보던 아이들도 "오늘 공부 7시 30분에 시작할거야."라고 말하면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공부해야지. 아빠한데 좀 더 늦게 시작하자고 말했다가는 한 소리 들을 게 뻔해.'
네. 한 소리 들을 게 뻔합니다. 그동안 그런 협상 시도에 냉정하게 대처해왔으니까요.
오늘도 7시 30분에 어김없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주말인데 쉬는 법이 있냐고요?
아이들이 피곤한데 쉬는 법이 있냐고요?
아뇨. 절대 없습니다.
다만...
격하게 논 날, 몸이 많이 아픈 날은 아예 쉬거나 아주 조금만 공부합니다.
2022년 11월에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으니 이제 10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아빠 과외의 처음 시작은 와이프의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유튜브 좀 적당히 봐!"
"내가 뭘?"
"설거지 할 때도 이어폰 꽂고 유튜브 보면서, 설거지 끝나고 아이들 씻고 재울 때까지도
애들하고 조금 놀아주다가 다시 방으로 와서 유튜브 또 보고. 유튜브 보는 시간 한 번 생각해봐.
하루 중에 얼마나 유튜브를 많이 보는지."
"내가 유튜브를 많이 봐?"
"그걸 몰라서 물어?"
곰곰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내가 유튜브를 많이 보는 사람인가?'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다니는 사람을 혐오하는 내가
집에서는 스마트폰을 보는 것과 다를바 없는 유튜브를 하루종일 쳐다보고 있는
내가 혐오하던 그런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란 말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저의 하루 일과를 다시 돌아보고 또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인정했습니다.
"자기 말이 맞는 거 같아.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유튜브 보는 거 좀 줄여!"
"그거 줄여서 될까? 내가 생각 좀 해보고 다시 말해줄게."
그리고 퇴근 이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와이프와 유튜브 보는 걸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2022년 10월은
시기적으로 첫째 아이는 곧 5학년이 되고, 둘째 아이는 곧 7살이 되는 때였습니다.
곧 고학년으로 진입하는 첫째 아이와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게 될 둘째 아이를 위해
저녁 식사 후 오늘 하루는 정말 힘든 하루였다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칭찬하며
유튜브를 볼 당위성을 찾기보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습니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다음 날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이제 유튜브 보는 시간 좀 줄이고 내가 애들 공부를 좀 본격적으로 봐줄까?"
와이프는 '뭐 얼마나 가겠어?' 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아주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요.
와이프와 이야기를 마치고 첫째와 둘째를 불러 앉혀놓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아빠랑 날마다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거야.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해서 10까지 공부를 하고
주말도 빠짐없이 공부를 할 거야. 이렇게 공부를 시작하는 이유는 곧 5학년이 되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는 7살이 되는 중요한 시기니까."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닥쳐올 시련을 알지 못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끝나지 않은 과제와의
싸움이 시작되리라는 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같이 열심히 공부하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아이들의 습관과의 싸움이 되리라는 걸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