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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랴 Dec 18. 2023

어떤 장애물은 바스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주제에 맞는 글을 쓰려고 애를 썼다.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를 적게 될까 봐 두려웠지만 그 이유는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몹시도 두려웠던 것 같다. 이미 이상한 사람인데 이상해 보이는 게 왜 무서운가.




어떤 두려움은 이미 끝이 났음에도 관성처럼 붙어있다. 과거의 내가 가졌던 두려움이 알맹이가 사라진 채로 껍데기만 남아 내 살갗에 붙어있는 듯하다. 과거에는 내게 강대한 힘을 행사했지만 지금은 이미 어떠한 힘도 없이 붙어있을 뿐이며 이제는 그저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본 문제였는데도 미련처럼 남아있던 탓이었다. 정체를 모를 때는 그 미약한 힘에도 걸음을 멈칫하며 상상으로 그 존재하지도 않는 힘에 살을 붙여 붙들려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알고 나서는 바스러지기 일보 직전인 진흙으로 빚어둔 팔처럼 바스러뜨리고 갈 길을 재촉할 수 있는 거겠지. 분명 내 발목을 움켜쥐고 있었지만 더 이상 아무 힘도 없다는 걸 안 까닭이다.






그게 사라지기 전에는 항상 같은 말을 한다.




“후회 안 할 거야?”




그리고 내 대답도 당분간은 같을 예정이다.




“후회하겠지. 항상 그래. 뭘 하든 그건 같을 거라고. 그건 내가 특별히 좋은 선택을 하거나 안 좋은 선택을 해서가 아니지. 그냥 사는 게 그런 거야. 그건 모든 선택의 부산물에 불과해. 뭘 하든 후회를 동반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그렇다고 해서 안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그건 너도 동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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