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랴 Dec 17. 2023

글은 그냥 쓰는 게 최고

뭔가를 잘하겠다거나 가슴속에 남길 만한 말을 적겠다고 마음먹고 적기보다는 가볍고 즐겁게 쓰는 게 좋았다.




자신이 적으면서 즐겁고 내가 가진 말들을 찬찬히 풀어내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면 그 자체에 만족스럽게 여기는 걸로 마무리 지으려고 할 때가 많다. 일단 올렸다면 내 손을 떠나간 거니까.




글에 대한 해석과 말의 의미도 올리는 순간부터 점점 독자의 몫인 거다.




자신이 경험하거나 느꼈던 것들에 빗대어 느끼는 건 다들 가지각색이고 가끔은 아무 여운도 남기지 못할 수 있겠지만 그건 전부 읽는 사람의 몫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걸 하나라도 건져내서 가져갈 수 있길 바라지만 꼭 그게 아니라도 쉽게 술술 읽히는 글을 적고 싶다.





가끔은 나는 이 말을 했는데 읽으신 분은 다른 걸 보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게 내 필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고민하기도 하고 ‘내 글에서 설명이 부실했나?’하며 답글을 길게 적을 때도 있었지만 후회하기도 했다.




내가 이상하게 적었거나 그냥 느끼는 바가 달랐겠지. 내가 적었던 글이라 해도 내 해석이 반드시 맞지는 않을 텐데 내가 뭐라고 그렇게 말을 길게 적었을까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 못 적을 말이나 나쁜 말을 적은 건 아니었지만 그분이 별로 듣기 싫거나 곤란했을까 봐 조금 ‘아, 실수했다’, ‘아차’, ‘그러지 말걸’ 할 때도 간간이 있다.




사람이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감성적인 부분에서 갑자기 툭툭 튀어나갈 때가 있는데 나도 조금 곤란했다. 다음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그러지 않기로 노력해야지. 그런 게 갑툭튀할 때면 이성이 없다가 정신 차리면 이미 저지르고 말 때도 많아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항시 노력 중이기도 했다. 안 그러면 해버린다, 헛소리.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에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을 봤다. mbti의 T이신 분이 대화할 때 상대가 자신이 하는 말을 다르게 알아들었을 때 자신의 생각을 설명이 부족한가 싶어서 길게 설명한다거나 뭘 모르겠다고 질문하면 신나고 들떠서 막 설명을 하게 되는 면이 있다고 하셨는데 ‘역시 나도 T라서 그런가?’ 했다. 사실 나도 묘하게 신나서 떠들어댄 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유라던가 납득할 만한 설명에 대해 묘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겉으로는 공감을 표하더라도 속으로는 이유를 분석할 때가 더 많았고 그 공감이라는 것도 사실, 처음에는 공감하는 말을 하고 분위기를 조금 부드럽게 풀고 왜 그랬는지 묻는 게 낫다는 걸 습득해서 하고 있는 거에 가까워서 바로 ‘왜?’라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일단 순간적으로 바로 드는 생각과 궁금함을 참고 속으로만 그 의문을 계속 띄워둔 채 일단은 그 상황에 맞게 ‘그랬구나.’하고 공감하면서 속으로는 그래서 ‘왜 그렇게 됐을까?’라고 원인을 생각할 때가 많았다.




원인이 분석이 돼야 문제의 해결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거고 혼자서만 문제를 생각하면 답이 산으로 가도 알아채지 못할 수가 있어서 심각한 문제면 의견을 서로 조합하고 처리해버리는 게 낫지 않나? 신경 쓰이는 것부터 일단락시켜서 치워버리고 여유가 생겼을 때 힘들어해도 늦지 않는다고 보는 면이 없잖아 있다.




‘문제가 해결되면 그거 자체가 없어지는 거니까 더 이상 힘들거나 슬퍼할 원인이 사라지잖아? 그럼 이제 결론은 대충 났으니까 아무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조금 더 길게 우울해해도 괜찮잖아.’라고 생각을 하고는 있는데, 내색은 안 하려고 노력한다.




보통 말을 하는 이유는 공감을 받고 싶고 내 입장에서 이해해 주길 바랄 가능성이 크니까. 실컷 힘들어하고 문제 해결은 자신이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래서 보통은 나는 공감을 열심히 할 때가 많았다.




그냥 그게 그 사람한테 필요한 답이고 약일 때가 많았다.




이 이야기를 말하는 이유가 자신의 입장에서 누군가 이해해 주길 바라서 말하는 거면 그 이야기를 하는 목적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앞서 말한 그 사람 입장에서 이해하기 그 자체가 목적이니 목적에 맞게 말을 하기 위해 한 번 생각해 본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무슨 말을 제일 듣고 싶을까? 그나마 진실에 가까우면서 스스로 일어날만한 힘이 되게 말하려면 어떤 식으로 말하는 게 좋을까. 이런 생각을 예전에는 수동으로 일일이 돌렸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자동화돼서 알아서 튀어나올 때도 많다.




그러다 보니 따뜻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글쎄? 말하는 사람조차 모를 수도 있는 자신의 말의 의도를 분석해서 그 목적에 맞게 답을 말하는 감각에 근접하기는 했다. 그리고 너무 지나치게 몰입하면 나도 우울해지기도 해서 요즘은 조금 적당히 하는 편이다. 그리고 신기한 건 따뜻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냉정하고 차갑다는 말도 거의 비슷하게 많이 들었다.












설명할 때나 분석할 때 지나치게 들뜨거나 신나서 길게 말하게 되는 건 그냥 성향인 거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지만 뭐가 꼭 맞고 틀리고는 없었다. 이런 건 글 쓸 때는 길게 적기에 좋은 특성이었고. 한 번 어떤 식으로 변경을 줄지, 그대로 유지할지 생각해 볼 가치는 있겠다. 지금 내가 결론을 내렸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답이 변하지 않을 건 아니었다. 상황도 선택도 항상 변하는 거여서 캐주얼하게 선택을 해보고 조금 불편하면 또 바꾸면 되니까 어렵게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악몽과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