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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랴 Dec 16. 2023

악몽과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람

침대 위에서 확 깨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서 다리를 바둥거렸다. 소름이 돋았다.


내가 자는 곳은 이층 침대, 본능적으로 여기서 떨어지면 망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다 난간의 막아주는 철로 된 지지대가 있는 걸 알아차렸고 거기까지 일어난 시간은 불과 3초였다.


악몽을 꿨던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만 깨자마자 온몸을 버둥거리며 뭔가에 붙잡힐 것 같은 불안감에 몸서리를 치며 일어나는 감각만 남았다.


오랜만에 악몽으로 추측되는 꿈으로 인해 나온 몸의 반응이었다. 거의 1년 정도 됐던가.



얼마 전에 낮은 침대에서 할머니가 쫓기는 악몽을 꾸시다가 침대에서 떨어져서 팔이 부딪히셨고 팔이 부어서 아침에 병원에 가족과 동행해서 간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깜짝 놀라 깨는 건 흔히 있는데 어떻게 꿈을 꾸다가 펄쩍 섰다가 굴러 떨어질 수도 있는 거냐고 연신 의문을 표하셨고 의사 선생님께도 물어보셨다지만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걸 이미 알았다. 꿈에서 쫓기거나 높은 위치에서 떨어지면서 깰 때 다리에 남는 감각이나 몸에 드는 감각과 함께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지만 한동안은 그런 적이 없었기에 정보성 기억이었지 흐릿했다. 그랬던 게 이번에 다시 한번 겪으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걸 몸소 다시 체감한 탓이다.


그래서 할머니께도 악몽 꾸다가 떨어지거나 구를 수 있다고 저도 곧잘 그런다고 말씀드리고 엄마한테도 나도 악몽 꿔서 침대에서 떨어진 적 있다고 엄마가 안 겪어봐서 그런 거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있다.



다음날이 큰아버지 생신이셔서 엄마와 간단하게 장도 같이 보고 할머니 왼손이 다행히 골절은 아니셨지만 근육이 놀라서 될 수 있으면 쓸 수 없기 때문에 반깁스를 하셨는데 왼손을 자신도 모르게 쓰실 수 있어서 무거운 물건 드는 거 바로 들거나 빼어드리고  바닥청소를 했고 저녁에는 엄마와 같이 와서 엄마는 요리를 하시고 나는 설거지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물건 잡으려고 하시면 바로 슥 가서 손 역할을 해드렸다.


할머니 댁에서 나설 때 할머니께서 우리 손녀 고맙다. 하셔서 딸 몫, 손녀 몫 제대로 한 것 같아 뿌듯했고 미안하다는 말씀 하시려고 할 때면 오늘은 칭찬받을만한 거 같다고 하하하 웃으며 너스레를 좀 떨었다. 제가 오늘 손녀 몫 제대로 한 것 같다며 ‘잘했죠?’하며 찡긋하고 웃으니까 우리 손녀 고맙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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