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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랴 Dec 24. 2023

드디어 책을 내시는구나

계탔다, 이분이 드디어 정말 책을 내신다고? 이렇게 시를 잘 쓰시는데 왜 책을 안 내주는 걸까, 이분 책 내시면 좋겠다, 소장하게, 라고 생각하면서 인스타그램을 한참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브런치 작가이기도 한 걸 보면서 구독이라도 해야지 하고 들어가 봤는데 축적되어 있는 글이 제법 많았다. 책을 몇 권이라도 냈으면 낼 정도인데 진짜 이분 책이 없나? 내가 책을 못 찾았나 싶어서 네이버에서도 이름을 샅샅이 찾아보고 했는데 나오지 않아서 정말로 책을 안 내셨나 보다 해서 솔직하게 출판사가 눈이 삐었나 왜 아직도 안 데려갔나 싶었다.






‘그래도 언젠가 꼭 책을 낼 결심을 해주시면 좋겠다, 소장용으로 사게.’하는 생각을 계속 간간이 하다가 내 인생 사느라 바빠서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들어간 인스타그램에서 새 글로 올라와 있어서 누구지? 하고 봤다가 기억이 났다. 구독해놔서 올라는 왔는데 그동안 필사도 안 하고 딴 거 하느라 잊고 있었다. 첫 책을 내신다고 했다. 정말 사고 싶구나.




돈이 지금은 좀 고민이라서 당장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면 천천히 한 권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지나서 인스타그램에 심경에 대한 글이 올라와서 봤는데 이 분도 이런 고민을 하시는구나 싶었다. 내가 오랫동안 진짜 흉내 낼 수도 없는 감성과 글로서 흠뻑 빠져 흠모하던 필력의 소유자가 나하고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데서 뻘하게 김이 빠지면서 비슷했던 내 고민도 덩달아 가볍게 느껴졌다. 마치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주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 글에서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책으로 선보이기까지 많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내 글들이 대중의 눈에 어떻게 읽힐까. 지금까지의 내 삶을 줄거리 삼아 지은 책인데, 그 삶이 무시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요.’, ‘완벽해서 세상 밖에 활자로 엮어 출간한 것은 아닙니다. 저도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제 글들을 봤을 때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겠다, 싶은 용기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으로 제 시의 치유력을 줄곧 믿어보겠습니다.’ 내가 궁금해했던 질문과 하나의 답과 내가 원하고 지향하고 싶은 방향을 알아들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느끼기에 내가 만들어낸 창조물들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래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용기를 조금만 더 내보는 거.




이분도 꾸준히 계속 적으시더니 드디어 그때가 찾아오신 거구나, 조용히 웃음이 나왔다. 나도 금전적으로 여유를 살펴보고 후일에 종이책으로 한 권 사야겠다. 서덕준님 축하드립니다. 첫 책 잘 되시고 잘 팔리길 바라며. 처음 이분 글을 접했을 무렵 시에 대해 잘 모르던 나도 이분 거는 책이 나오면 꼭 사고 싶었고 나도 시를 배워볼까, 정말 멋있다, 하는 감상이 들었었다. 책이 나오는 걸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하면서 한 권 사서 가질 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 글을 적고 며칠 지나니 마침 거짓말같이 돈이 들어와서 조만간 책을 주문할 예정이었다. 원래라면 책을 살 때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 중고서점에서 저렴하게 구했겠지만 오랜 팬심으로 새 책으로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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