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에 해가 뜨는 걸 보러 갔다.
지금까지는 물론 작년에는 보지 못했다.
그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으니까.
나는 내 취약점을 안다. 아침에 죽을 못 쓴다는 걸 안다. 그래서…….
안 잤다.
단순 게임을 실컷 하다가 시간이 거의 다 됐길래 엄마를 깨우러 가서 주섬주섬 보온병에 커피나 어묵 국물 같은 걸 챙기고 나섰다.
엄마와는 어제 얘기가 끝났다, 보러 가기로.이미 일어나있으시기도 하고. 산이 바로 옆에 있다는 건 이런 좋은 점이 있다.
어두운 산속을 플래시를 키고 헤쳐나가고 발밑을 조심하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
동화 속에 괴물에게 쫓겨서 도망치는 사람이 이런 느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이 느낌을 기억해뒀다가 소설에 써도 괜찮을 것이다.
어두운 산속에 담력 시험을 간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덮치는 알 수 없는 공포들…그리고……!
그만 생각하자. 이미 내가 산속이고 주변이 어둑하다. 더 했다간 구체적으로 상상해버릴 것 같으니까 그만하기로 하고 걷고 있다 보니 비슷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더니 우리는 거의 일렬의 줄처럼 순서대로 걷고 있는 느낌이 났다.
장르가 바뀐 느낌. 오지 탐험을 간 사람들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실수로 고대 문물을 잘못 건드리는 거지, 거기서 봉인된 저주나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빠져나오고……역시 스릴러물이 되는 것 같다.
해는 잘 못 봤다. 뭘 봤냐면 밤이 지나고 낮이 되는 걸 봤다.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로 가져간 커피나 국물을 조금 마시고 구경 좀 하다가 어두운 색상의 구름이 밑에 쫙 깔려있어서 해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 보다가 이만하면 됐다 싶을 즈음에 그곳을 빠져나갔다.
내려가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다음에는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는 게 어떨까 싶다고. 바다가 좋았다. 이번에는 산에서 대충 봤으니 다음에는 바다에서 제대로 해가 뜨는 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확실히 바다가 해가 잘 보일 거 같다며 새벽 5시에 지하철이나 버스 타고 가야 될 거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건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