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게 있어 글을 적는다는 건 대체로 두렵다

by 릴랴

산책을 할 때면 많은 감상들이 한 번에 머릿속을 몰아친다. 언제 나한테 그런 감정과 마음들이 속속들이 숨어있다가 흩날리는 잿가루처럼 파스스 퍼져나가는지 알지 못할 일이다.




내 안에 곳곳에 언제 그런 잿가루들이 있어서 몸에서 검게 흩날려서 바람에 결을 따라 빠져나간다.




생각이란 걷듯이 특히 묵혀있던 감정 같은 것들은 마냥 깨끗하지만도 않아서 대체로 검은색이 조금 바랜 진한 잿빛처럼 느껴진다. 그저 하얗고 아름답지도 새까맣게 타르덩어리처럼 진득거리지도 거북하지만도 않은 마음이었다.




물론 가끔 검게 빠져 죽을 것 같기도 하고 수렁 같기도 하고 이미 빠져있어서 나가려고 노력해야 할 거 같은 검은 늪도 보이는 것도 같다. 그건 산책할 때 나오는 게 아니라 혼자 있을 때 가만히 내 깊은 마음까지 닿았을 때 간혹 나오는 문 같은 거라 깜짝 놀라서 도망쳐 나오기를 몇 번이다. 진짜 죽을 것 같은 위협과 삼켜질 거 같은 감정의 파도에 까마득히 잠식돼서 못 빠져나올 거 같은 공포에 빠진다. 나올 때마다 하는 말은 그렇다. 아직은 건드릴 때가 아니구나. 까딱하면 내가 잡아먹힐 수도 있겠어. 아직은 우리에게 시간이 더 필요한 거구나. 도움은 손을 뻗은 자만이 손을 잡힐 수 있고 끌어내줄 수 있었다. 그리하여 구원은 항상 본인 몫인 거겠지. 도움은 줄 수 있어도 언제나 본인이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그가 언제든지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게 길을 항상 터놓고 있어야 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회가 있다는 걸 그가 하루빨리 눈치채길 바랄 뿐이다.




글을 적을 때마다 고민하게 되는 건 있다. 이건 과연 누구를 향한 말인가. 왜 내게서 이런 말이 나왔으며 적다 보니까 무엇이 그렇게 안타깝게 느껴져서 말을 자꾸 덧붙이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다만 적으면서 나도 뭔가를 느끼고 있는 거였다. 뭔가를 배우고 있었다. 특정하지 못했던 알지 못했던 게 내게서 끌어내지고 있다는 감각이다. 그리고 글로 남겨질 때마다 나조차도 이게 뭔가… 대체 무슨 의미였었나. 관찰하고 뜯어보게 되는 게 있다. 그 감각은 중독적이어서 도저히 끊지 못하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글은 마음을 적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