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라는 건 참 신기한 거 같다. 그걸 고이 잘 받아낸 사람이 제대로 줄 수 있다는 것도. 세상과 누군가의 선의와 호의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나와 내 삶을 긍정해야 된다는 것도. 마음의 문을 닫을 때조차도 누군가는 몇 번이고 두드리고 가기도 한다. 그 얼굴은 하나의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친하고 잘 아는 얼굴로 때로는 일면식도 없는 아무 관계없는 사람으로 매번 얼굴이 바뀌는 것도 같다. 여러 알 수 없는 다수의 사람이 오며 가며 머물다 가지만 세상을 마냥 어둡게 바라보고 괴롭게 버티면서 아무런 믿음이나 기대나 가치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 지나치면서 그들이 간혹 손에 쥐어주고 가는 것이 있다. 무가치하게 손에 쥐어진 걸 그대로 들고 뭐야, 쓰레기라도 버리고 갔나? 나보고 버려달라는 건가? 하며 일말의 기대도 없이 펴봤을 때 그 알 수 없었던 호의와 친절이란… 마음에 뭔가 남겨서 새기고 간 거 같다. 모른 척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도와주고 있다는 걸 현재진행형으로 느꼈을 때 뭐야, 도대체 왜 도와주는 거지? 그렇게 해도 아무런 이득도 없을 거야… 나는 당신들 이름도 모르는데. 누군지 물어볼 생각도 없는데, 왜 도와주는 거야? 왜 이런 걸 챙겨주고서는 그냥 털레털레 가버릴까? 그런 걸 수차례 겪고 나서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음속으로 감사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정말 아무 이유가 없었구나.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내가 할 수 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도움을 주게 됐다. 어떤 이득이나 보상, 고마움과 같은 뭔가를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도움이 무척 필요해 보이는 사람이 어느 날 눈에 띄어서 눈에 밟히면 필요할 거 같은 걸 쥐어주고 지나치고 하루동안 오늘 내가 어떤 사람을 도와줌! 이러고 뿌듯해하며 잊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잊고 있으면 또 누군가는 아주 힘들어진 낡고 지친 나를 도와주러 기웃거리며 왔다. 쓰러져있으니까 열심히 보수해 주고 등도 토닥여주고 그러고는 열심히 사라진다. 물론 그건 다 매번 다른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