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버리게 되는 건 매한가지겠죠 下
누군가의 후일담과 독백 side B
쓸데없다고 생각했으면서도 결코 버리지 못한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상 계속될 수만은 없는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인정, 진짜 같아 보이는 가짜와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것들,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지만 진짜가 아닌 모조품들. 이제야 겉모습만이 빛이 나 보이는 가짜 같은 건 내게 필요가 없었다. 내게 필요한 것들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진짜인 것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거, 내가 채우고 싶었던 거. 그걸 원한다. 언제든지 스러질 수 있는 그런 거 말고 묵직하게 내 마음 안에서 진동하는 것들.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것은 항상 내게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매번 눈을 돌리고 외면한 채 덜 중요한 것들로 빈자리를 채웠다. 계속해서 차선책을 끌어당겼다. 그런 것들이라도 안 속에 채워지길 바라며 계속 유지될 거라는 큰 기대 없이 망가지면 채워 넣기만을 반복했다. 그런 현상 유지였다.
그도 그럴게 가짜는 오래가지 않더라.
내가 나를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랑할 이유는 없었고 미워할 이유만이 그 안에 가득했으니까. 당연히 말을 들어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무슨 말을 할지는 뻔했으니까. 나 같으면 나를 용서 안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만큼은 드물게 확신했던 것 같다. 나 혼자 살겠다고 가둬두고 방치하고 줄곧 외면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당연히 들어야 할 원망과 미움을 듣기 위해 가는 것을 계속해서 미뤄왔다. 알아도 괜찮을 자신이 없었다. 지금도 충분히 버거웠으니까. 그렇게 아주 많은 시일이 지나고 지금에 와서야 들을 준비가 돼서 그게 끝나서, 무슨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거 같아서 그렇게 마음 안을 들여보게 된 것은 사실 변덕이었다.
나는 들을 말을 다 들었고, 묻고 싶은 것을 다 물었다.
‘그러니까 너는 나를 원망하지 않았네?’
많은 원망과 미움이 있을 줄 알았고 까맣고 검은 온갖 나쁜 것들이 가득 차서 검은 타르 덩어리같이 진득하고 기분 나쁠 줄만 알고 찾아갔던 자리에는 예상외로 아무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어둡지 않았던 것만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고 그저 그 검은 공간에서 그저 예상치 못했던 말만 잔뜩 듣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지금도 내 안을 가득 채워줬다.
‘그러니까 내가 다 틀렸네?’
아주 드물게 유쾌했다.
앞으로 무언가를 선택하게 될 때면. 무엇을 선택하기에 앞서 나는 생각하게 될 거야. 네가 나에게 해줬던 무한한 축복과 사랑을 계속 곱씹어 보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