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였다. 월요일에 조금 늦은 저녁을 먹고 혼자 공원에 갔다. 날씨가 꿉꿉했고 서늘했기 때문에 그냥 가지 말까 싶기도 했다. 엄마가 사람이 별로 없을 지도 모르는데 혼자 갈 건지 물어보셔서 그러겠다고 하니까 큰 길로만 다니라고 하셨다. 그러겠다고 말씀드리고 집을 나서며 가다 보니 주변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바로 저번쯤에 잎이 연두색이어서 색감이 곱다는 말을 글로 길게 늘여 적은 것 같은데 그날 봤던 같은 식물이 짙은 초록색을 띠고 있었다. 걸어가면서 그 잎들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지나가던 몇몇 분들이 옆에 있는 잎들을 뚫어져라 보면서 걷는 나에게 주는 시선이 얼핏 느껴졌지만 조금도 눈을 떼지 않고 걸어갔다. 조금 더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향하는 방향은 어긋나는 것 하나 없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딴짓을 하면서도 항상 가려고 하는 길은 어긋나는 법이 없다. 그 사실이 참 신기할 뿐이었다.
근처 공원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자 어둡고 사람이라고는 나뿐일 거라는 내 예상은 가볍게 뛰어넘고 조명은 조금 더 밝았고 월요일이지만 많은 분들이 운동복을 입고 걷고 있었고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있었다. 뛰는 분도 봤다. 뛰는 분은 그렇게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는데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이 가볍게 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신이 난다. 그 행동에서 생동감이 느껴져서 기분이 무척 좋아지고는 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마시면서 항상 앉던 자리가 아닌 자판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벤치에 차분히 앉아서 공기를 들이마셨다. 월요일이고 흐린 날씨에도 건강을 챙기기 위해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되었다. 나오기 전에는 막연하게 머리도 지끈거리고 조금 늦은 시간대였기에 사람들이 한 사람도 없으면 어둡고 무서울 텐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었지만 바로 다음 순간 타이레놀 한 알을 딱 먹고 나온 건 이 광경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랬다. 어쩌면 내 노력 또한, 하지 않고 있던 게 아닌 잠시 무언가가 내 눈을 가려 보이지 않았든가 노력하지 않았다고 끊임없이 그런 말을 되뇌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른 사람이 노력하는 걸 보면서 깨달을 때가 있다. 사실 나도 저렇게 지금도 노력하고 있었겠구나, 그걸 잊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