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어서 감사함을 상기한다
살아있는 게 감사했고 내 인생은 선물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게 가능하려면 떳떳하기 위해서 행동하고 다른 이에게 악의를 품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어지간한 일은 좋게 좋게 넘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상처 주고 마음 아프게 한다면 언제가 됐든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있다는 말을 믿는다. 그게 아무리 타당했든 타당하지 않았든 간에 말이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것이 아무리 정당했어도 이유가 있었어도 누군가에게 손상을 입힌다는 건 결코 올바른 일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아예 그럴 수는 없다 해도 될 수 있으면 지양해야 했다. 마음을 안 좋게 먹고 조금이라도 손해 안 보려고 전전긍긍하면서 살기보다는 누군가에게 한마디 말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었고 스스로가 봤을 때 떳떳했고 이만하면 크게 상처 안 주고 크게 헐뜯지 않았고 사람에게 진심을 다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내면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았고 천사같이 착한 사람까지는 아니었지만 사람으로서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꽤 잘 살았다라고.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
가끔씩 물음을 던져본다. 조금 선을 비껴가거나 치우치는 거 같으면 탁탁 손으로 두드리면서 이러지 말자고 다시 마음을 다독였고 해이해지려고 하면 다시 꾸역꾸역 기어서라도 제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가끔씩 억하심정이 올라올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도 잘한 건 없지, 일단 속으로 생각할 때도 많았다. 나도 사정이 있었듯이 저 사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과 작은 싸움이 점점 큰 싸움이 되고 마침내는 분란이 된다는 걸 알았다. 내가 조금 무안해지고 감정이 상하고 말았지만 더 큰 분란이 일어났다면 나도 더 힘들었을 것이다. 상황 봐가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유한 방식으로 방비를 하거나 그러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 정도는 해봐야 할 수 있겠지만 조금 에둘러서 돌아가더라도 좋게 말할 수 있는 건 좋게 말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분명하게 의사 표현은 하자고 정했다. 아직도 많은 것들이 답이 나오지 않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 인내심이 필요하고 어려운 길이라는 걸 안다. 잊을 때마다 상기시키고 꾸준히 해나가야 할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건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누가 인정해 주지도 않겠고 알아주지도 않을 거고 힘겹고 고단한 길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힘이 닿는 데까지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오고 있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으로 죽어갈 텐데. 나는 사람으로서 괜찮은 사람이었는가. 썩 괜찮은 인생이었었나, 생각이 들 때쯤에는 답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스스럼없이 그냥 웃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부와 명성과 모든 가진 것들에서 오는 게 아닐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바라고 있으니, 나는 정말 욕심이 많았다.
한 토크쇼처럼 보이는 방송에서 질문이 나왔다. 우리가 죽으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 질문에 키아누 리브스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확실한 건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그리워하겠죠.
이 말을 들었을 때 조금 충격을 받았다. 분명 알고 있었을 텐데 잊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랬겠지.’하고 그 말에 동의하고 있을 때쯤에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가 거침없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그래. 그렇겠지. 나도 그랬고, 아마 내가 그럴 시기가 오면 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그리워할 거란 걸 잠시 잊고 있었다. 굳게 마음먹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부분이다. 마음이 흔들리는 분들이 이걸 생각해 낸다면 좋았을 텐데, 망연하게 생각했다. 내가 잊고 있었듯이 아무것도 분간이 되지 않는 시기가 온 그 사람들도 잊고 있을 테니 그 사람들도 그때 이걸 생각해 냈으면 좋겠다. 분명 그저 그렇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많은 말이 담겨있던 영상 안에서도 그 이야기를 우연히 볼 수 있어서 내가 그 말을 받아들이고 납득할 수 있었던 시기에 알맞은 순간에 꼭 맞는 필요한 말을 해 줘서 그래서 내가 잊고 있었던 걸 깨닫게 해 줘서 감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