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감정에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 나는 이게 번아웃인가 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게 상대적 박탈감이었다는 걸 알자 속이 시원했다. 이름을 알 수 없어 답답했던 그 감정이 드디어 알맞은 이름을 되찾은 듯 차분하게 정리된 채 내게 다가왔다. 이름을 알게 되자 드디어 그 감정이 모든 몸부림을 멈춘 탓이다.
글을 수정하다 보니 알게 된 게 있다. 매번 수정하기 위해서 이전 글을 열어볼 때면 그렇게 못 적은 건 아닌데 수정하려고 할 때마다 멈칫하게 됐었다. 적던 당시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그랬던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사실은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던 거였다. 지금까지 적어온 글 중에는 여기까지는 누군가에게 보여줘도 괜찮았을 이야기와 나 혼자서만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가 같이 담겨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 감정이 고칠 게 너무 많은데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모르는데서 오는 막막함이라 여겼는데 이제 보니 그랬다. 지우고 싶지는 않은데 차마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감정이 담긴 글이어서 그랬다는 걸.
그래서 사실은 수정하고 싶지도 않았고 지워버리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내가 망설였다는 걸 겨우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