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예전에 함께 일했던 타부서 동료 A가 지난 조직개편 때 팀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지 한두달 남짓 지났을까. 이번에는 A에 대한 다른 소문들이 들려온다.
"그분 팀장 되고 나서 완전 변했잖아요."
"요즘 A 팀장님 엄청 욕 먹고 있어요."
같이 일해본 경험상 A는 일머리도 좋고 붙임성도 좋은 성격이라, 나 말고도 그를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에 팀장이 되었을 때도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조직 안에서 ‘인정’을 받자마자, 어느새 ‘비난’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 간극이 낯설고도 아이러니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대체 왜 그렇게 되었을까.
내 궁금증이 풀린 건, 얼마 후 A와 함께 참석한 미팅 자리에서였다.
서로 논의를 하다가 나온 결론 중 하나로, A가 리딩하는 팀이 특정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A의 팀원 B도 함께 참석했었는데, B는 그 결론이 이해가 잘 안 갔는지 중간에 질문을 했다.
"그건 C팀에서 원래 하시던 업무인데, 이번에는 저희 팀에서 진행해야 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의문이었다. 사실 C팀이 지난번에 제대로 못해 A팀에게 업무가 간 것이었기에.
회의 주최자가 적막을 깨고 설명을 막 하려는 순간, 갑자기 A가 끼어 들었다.
"B님, 이미 정해진 사안이에요. 그대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B는 머쓱해진 표정으로,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그나마 괜찮았을텐데. 회의가 끝나 짐을 챙겨 나가려는데, A가 B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윗분들 다 계시는데 거기서 왜 그런 질문을 해요?"
내가 알던 A의 평소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상사에게는 늘 싹싹했고, 동료들에게도 친절했던 그였다. 팀장이 된 A는 어쩌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 짐작컨데, 그는 '팀장이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그만의 기준을 세워두었던 것 같다. 팀장은 흔들리면 안 된다, 팀장은 권위가 있어야 한다, 팀장은 약해 보이면 안 된다 등등.
이제 막 팀장이 된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팀장이 더 많이 알아야 팀을 이끌고, 카리스마가 있어야 팀원들이 나를 따를 것이라는 생각들. 그래서 팀원 앞에서, 평소의 그 사람답지 않게 일부러 센 척을 하는 팀장 후배들을 많이 봐왔다. 그래야 본인이 팀장처럼 보이고, 팀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초보 팀장들의 속마음에는 '불안'이 있을 것이다. 내가 잘 해내지 못하면 팀을 책임지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 내가 잘 모르면 팀원에게 무시당할 것 같다는 불안 말이다.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나도 그런 시기를 겪어왔기에...
그러나 팀장들에게 한 가지는 꼭 말해주고 싶다. 팀장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팀장이 된 이유를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지금까지 당신이 일해온 방식, 사람을 대해온 태도, 문제를 해결한 현명함 때문이다. 이미 충분한 자격을 갖췄기에, 초조해하고 나를 통째로 바꾸려 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여러분이 팀장의 권위를 갖고 싶다면, 팀원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길 권한다. 내가 팀원일 때 어떤 팀장을 가장 좋아했는지, 어떤 팀장과 함께 일할 때 시너지가 났는지를 말이다.
팀원이 어려운 말을 꺼낼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것, 모르는 걸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 팀장인 내가 틀렸을 때 인정할 수 있는 여유. 그런 것들이 쌓여서 생기는 게 진짜 권위가 아닐까. 함께 하고 싶은 팀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절로 팀원들이 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