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이 그렇~~~~게 좋답디다
두둥! 회사원들이 그렇게 피하고 피해도 반드시 돌아오는,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새벽부터 비가 퍼부어도, 그래서 옷이 다 젖고 차가 무지하게 막혀도 출근은 해야 된다. 회사원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랄까. 지옥철에, 만원 버스에 몸을 싣고 겨우 시간 맞춰 출근했는데, 월요일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다.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회사원들을 시름시름 앓게 만드는 월요병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분명 주말에 잠도 잘 자고 푹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 오니 피로가 확 몰려온다. 이럴 땐 수혈이 시급하다. 바로, 카페인 수혈. 탕비실에 줄을 서 커피를 뽑고 얼음을 넣어 즉석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만든다. 내 자리로 돌아와 아아를 쭈~~ 욱 들이키니 이제야 조금 잠이 달아나고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아아를 발명한(?) 사람은 상을 줘야 한다는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노트북을 켠다. 그리고 켜자마자 다시 노트북을 닫고 싶다. 안 읽은 메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부장님은 왜 주말에 메일로 업무지시를 하신 건지, 모든 걸 외면하고 휴가나 가고 싶어 진다.
'아~~ 금요일은 도대체 언제 오나?' 월요일 아침부터, 아직 한참 남은 금요일이 돌아오기만을 꿈꾼다.
월요일이 괜히 월요일이겠나.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회의는 마라톤처럼 계속된다. 분명 지난주 금요일까지 회의하다가 헤어진 것 같은데, 업무일로 따지면 하루밖에 안 지난 건데, 월요일 회의는 왠지 무겁고 진중하다. 아직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입도 덜 풀렸지만, 부장님 표정을 보니 뭐라도 말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 다들 엄숙한 얼굴로 눈치게임을 하며 발언을 하지만, 상반기 실적이 박살 난 이 상황에서는 뭘 말해도 별 소용은 없다. 부장님 귀에는 그저 그런 변명이거나 별 시답지 않은 대책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의견을 듣다가 결국 폭발한 부장님은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 버리고, 남은 사람들은 찝찝한 기분으로 담배 혹은 커피로 스트레스를 푼다.
게다가 회의 말고도 이번주까지 해야 할 업무들은 왜 이리 쏟아지는지.
뭐가 이렇게 다 급하고 중요하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럴 거면 우선순위 개나 줘버리라고 해'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나는 분명 A 업무가 중요하다고 해서 하고 있는데, 갑자기 B가 더 급하니 이것부터 하라고 한다. 그럼 A는 어쩌지? 이것도 내일까지 해야 되는데...라고 말해봤자 아무도 안 들을 거라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한다. 월요병의 전조 증상은 답답함, 불안감, 피로감이겠지만, 조금 더 심해지면 바로 화병의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월요병이건 화병이건 둘 다 병가의 타당한 사유가 되기 힘든 항목이기 때문에, 참고 일해야 된다. 누가 그랬던가, 회사원의 가장 큰 미덕은 참는 거라고? 으아~~~~~~~ 그 말 한 사람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오후 3시쯤 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커피를 한 잔 잔더 들이켜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스트레스다. 일주일의 첫날이다 보니 이미 끝났거나 곧 종료될 업무보다, 앞으로 시작될 업무들이 더 많다. 이 두통을 관리하지 않으면, 오늘의 할당 업무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가기는 글렀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무조건!!! 회사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회사 건물이 어디에 있던 거기서 벗어나 다른 공간으로 가야 한다. 일과 나를 안전하게 분리하기랄까.
특히 근처 공원이나 큰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이다. 삭막한 시멘트 공간을 벗어나 자연적인 장소로 이동하면 내가 언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답답한 사무실과는 다르게 상쾌한 한 줄기 바람을 맞으며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
업무시간 중 딱 10분만 투자한다면, 방금까지 스트레스받던 회사원 김 아무개가 아닌 고유의 나를 느낄 수도 있다. 이왕 회사 건물 밖으로 나온 김에 다리를 조금씩 움직여 산책을 하는 것이다.
큰 마음을 먹거나 거창하게 멀리 나갈 필요도 없다. 그냥 조금씩 발걸음 닫는 아무 곳이나 걸으면 된다. 사무실 옆에 골목길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도 되고, 오늘은 코스를 바꿔 반대편 은행나무길로 가도 된다. 혹시나 10분도 내지 못할 만큼 바쁘다면? 화장실 한 번 더 간다거나 담배 한 대 더 핀다 치고, 꼭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어디로 산책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이왕이면 사무실 분위기와는 완전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나무와 풀로 둘러싸인 공간을 좋아하는데, 잠시나마 여기는 직장이 아니라 나의 힐링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잠시 짬을 내어하는 산책은 여러 모로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와 공간이 분리되며, 머리 아프게 나를 짓눌렀던 업무로부터도 잠시 분리된다. 걸으며 온갖 잡생각이 들긴 하겠지만, 조금 지나다 보면 차분해지며 '일, 업무'가 아닌 '나의 생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결국 일보다 더 중요한 건 나 자신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산책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내가 원래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는지 잠시나마 상기할 수 있다.
복잡한 머릿속은 초록색의 나무들을 보며 조금씩 상쾌해지고 맑아진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기는 여전히 싫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가면 아까보다는 나아진 마음가짐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잠시 멈추고 산책을 한다.
산책이 주는 즐거움을 기꺼이 누리며 살고 싶다. 어차피 평생 해야 할 일, 산책으로 잠시 멈춘다고 크게 잘못되지는 않더라. 가끔 심심하면 산책 동료와 함께 떠나기도 하고, 이어폰을 끼고 노래도 들으며 걸으면 된다. 그냥 산책 그 자체로 당신도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 말해주고 싶다.
PS. 산책 예찬론에 방점을 찍으려고 했는데, 서문에 월요병을 쓰다 보니 저도 모르게 폭주하게 되더라고요 ㅎㅎ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