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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Sep 12. 2024

회사 생활에도 백신이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면역

전 직장 동료이자 현직장 팀원이기도 한 A가 퇴사를 하고 싶다 말한다.

"저 이제 그만 보내 주세요. 이렇게 계속 다니고 싶지는 않아요. 2주 있다가 나가려구요."

안 그래도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으며 살고 있던 중이었다. 올해 마감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내년 계획을 준비해야 했고, 하나 둘 떠나가는 동료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남긴 일과 감정과 사건을 해결해야만 했다. 이 와중에 듣는 A의 퇴사 선언은 '폭풍 + 폭우 = 태풍' 같은 느낌이었달까.

A는 작년부터 계속 퇴사를 고민하고 나와 여러 차례 상담을 했다. 때로는 팀장으로, 때로는 동료와 친구의 입장이 되어 왜 퇴사를 고려하는지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쨌거나 그의 고뇌는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았고, 이번에는 진짜, 찐 최종 퇴사 선포였다. 


충격과 걱정과 막막함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그 와중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한 번 겪어본 터라 면역력이 생겨서 그런가, 처음 그의 퇴사 소식을 들었을 때에 비해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덜 힘들다.

꼭 팀원의 퇴사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모든 인적, 물적, 시간적 자원을 쏟아부어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고객사의 자금난으로 갑자기 중단된 적이 있다. 그때의 허무함과 실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같이 참여했던 동료들은 다들 말을 잇지 못했고, 이미 일어난 현실을 부정했었다. 회의실에 모여 같이 화를 한참 내다가는, 마침내 실신한 듯 웃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다른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는데 이때부터는 결과에 살짝 초월하게 되었다. 실패를 한 번 겪어보니, 프로젝트가 어떻게 흘러가든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마치 백신을 이미 맞았기 때문에, 독감에 걸려도 조금 덜 앓고 덜 아픈 상태로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회사 생활에도 백신이 필요하다.

언뜻 보면 매치되지 않는 회사와 백신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해석해 보았다. 회사를 건강한 정신과 마음상태로 다니려면 면역력이 필요한데,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백신이라고.

직장인들은 공감하실 것 같다. 회사에서 가장 먼저 지치는 것은 때로는 몸보다는 정신상태라는 것을 말이다. 일에서 오는 피로감도 있지만 내가 쉬이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 관계나 문제 해결, 갈등 상황에서 오는 힘듦이 더 크다. 이때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내 정신이 그걸 감당을 못하게 되고, 결국 몸까지 영향을 미쳐 아프기도 하다. 오죽하면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겠는가.

회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것은? 순 거짓말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조금씩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백신을 맞고 명상을 하는 것. 엉터리 같겠지만, 나만의 정의를 이렇게 해본다.

회사 생활의 백신 = 여러 크고 작은 경험들 

회사 생활의 명상 = 잠깐 멈추고 내 감정과 생각 돌아보기 


회사에서 여러 경험들을 하다 보면, 내 안에서 면역력이 생성된다. 

처음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작은 일에도 부르르 떨며 화가 났다면, 경험이라는 백신을 맞고 나면 조금씩 차분해지며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 빌런 상사의 꾸지람도 몇 번 듣다 보면 요령이 생겨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되고, 갑자기 바뀐 프로젝트 방향성도 이제는 당황하지 않고 대책부터 찾게 된다. 특히나 실패라는 백신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작은 실패의 경험으로 면역력이 생겼다면, 그다음 경험에서 파도를 만나더라도 조금 더 준비된 상태로 맞이해 타 넘어갈 수 있게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백신이 아파서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나중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투선수가 맞는 것이 무서워 상대방을 계속 피한다면, 싸움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싸움이 없으면 결국 경기 자체도 무의미한 것일 테고.


다니면 다닐수록 회사는 자기 수양의 메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정신 내가 바짝 붙들고, 이 모든 경험이 다 배움이고 자산이라 여기지 않으면 도무지 괴로워서 다닐 수 없게 돼버린다. 그러니 오늘도, 출근하시는 모든 분들 힘내시라고 뜬금없이 응원을 보내며 이만!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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