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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Sep 19. 2024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까?

나를 아는 것이 가장 어려운 법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일에 최선을 다했음'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다.

글쓰기 수업을 듣는 중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대답하기 어려웠다. 매번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나의 노력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봐 항상 불안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한 기준에서 최선을 다한 적은 과연 있을까라는 의문만 떠다녔다.

요즘 수강 중인 글쓰기 수업의 이번 주제는, 일하는 나를 인터뷰하기. 당시 숙제로 썼던 글의 내용을 가져와 본다. (직접 인터뷰 질문 만들고 대답하기)




[셀프 인터뷰 - 일하는 나를 인터뷰하기]

Q.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으니 됐다'라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었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하시나요?


저는 완벽주의자이자, 어떤 일이던 결과를 망칠까 봐 굉장히 걱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제대로 잘 해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도 아주 크고요. 그래서 남들 기준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완벽해 보여도, 제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했다’ 말해준 적은 많지 않아요. 이 정도는 다 하는 거 아닌가,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여기까지밖에 못한 건가라는 마음이 계속 올라오기 때문이에요.

아니, 실은 부끄럽게도 제 팀원들이나 동료들에게도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고 해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좋은 팀장이 되고 싶어 그런 말들을 몇 번 하긴 했지만, 말을 뱉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것만 조금 더 하면 훨씬 좋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어요. 말 따로 마음 따로였어요. 왜 이 정도밖에 못하고 힘들다고 하지?라는 생각이 제 솔직한 심정이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이렇게 대답하다 보니 저절로 반성이 되네요. 그동안 저의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고 팀원들도 느꼈을 것 같아 미안해지기도 하고요.


사실 제가 회사에서 누가 시키지 않는 야근을 도맡아 하는 이유도,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인 것 같아요. 최선이라는, 최고라는 한계가 계속 높아지는 거죠. 지난번 했던 것에서 이게 아쉬우니, 이번에는 요걸 더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면 브레이크가 쉽게 걸리지 않아요. 하나만 더, 이것만 더, 더더더! 매번 빼기 없이 더하기만 하다가 그림책  ‘슈퍼거북’의 주인공처럼 번아웃이 왔던 적도 있었네요. 

다행인 것 모든 일에는 마감시한이라는 게 있어서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어요. 당장 1시간 뒤에 제출해야 되는데 지금 최선을 다해봤자 일의 결과가 바뀌는 건 아니더라고요. 만약 마감시한이 없었더라면, 브레이크 없이 계속 속도를 높이는 폭주하는 스포츠카가 되어 있었겠죠. 새삼 마감시한이 있어 다행이다 생각되며, 감사해지네요.


항상 집착에 가까운 광기를 부리는 일과는 다르게, 취미나 취향의 영역에서는 ‘최선’이라는 걸 인정하는 편이에요. 특히나 글은 더 그렇죠.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이 99.99%나 있는데, 당연히 내가 그들보다 잘 쓰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가 싶네요. 일에서는 결과의 무결점을 추구하지만, 글에서는 매일 쓰는 것 그 자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바쁜 와중에 매일 1시간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최선이라고 늘 생각해요. 

아닌가? 욕심을 더 내면 책을 더 읽고 글쓰기 수업도 들으며 글을 잘 써서 내 책을 출간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내가 가진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이게 최선이라고 다시 마음을 먹는 것 같네요.



선을 다한다는 말은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해 잊고 살던 문장이었다.

그러나 셀프 인터뷰를 통해 질문과 답을 하며 다시 생각해 본다.

'왜 최선을 다해야 하지?'

'최선을 다한다는 기준이 뭐지?'

'최선을 다하면 무엇이 좋은 거지?'


최선 : 1. 가장 좋고 훌륭함, 또는 그런 일, 2. 온 정성과 힘

최선의 사전적 정의이다. 나는 항상 최선과 최고를 연관 지어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최선을 다하면 최고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결과론적 사고방식. 그러니 이번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채찍질을 했다. 일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온 정성과 힘을 쏟아야 하는데 뭐 하나가 부족했던 거라고 말이다. 잠을 조금 덜 자고 그 시간에 일을 30분이라도 더해야 했으며,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마지막에 스크립트를 한번 더 고쳐야 했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리포트 버전을 20번 고쳤지만 21번을 갱신하지 않아 결과를 망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이 아닌 글을 통해 최선과 최고의 상관관계에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꼭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까. 그럴 이유가 있을까. 최선이 늘 최고로 이어지는 건 아닌데 왜 그렇게 믿으며 살아왔을까. 이러한 가치관은 더 잘해서 남에게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 때문인 것 같다. 여기에 강한 책임감이 한 스푼 더해져 무섭게 폭주해버리고 말았다. 글을 쓰면서 이런 나를 돌아보고, 다독여준다.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그걸 알았으니 지금부터는 안 그러면 된다고. 


최선이란 단어에 대한 사람들의 정의와 가치는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에게는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고,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최선의 가치가 절실할 수 있다. 그러나 나처럼 스스로를 최선이라는 단어에 가두어 파괴하는 성향이 있다면, 자신의 정의를 한 번쯤은 내려보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방향을 돌려 질문을 다시 드린다.

'과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까요?'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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