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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Dec 29. 2023

매일 쓰는 글이 모이면 무엇이 될까

글루틴 13기를 마치며 

Just Write It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입니다!


구독 중인 스테르담 작가님의 새 글에서, 내 마음을 후벼 파는 한 문장을 발견했다.

올해 7월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기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스스로 '나 따위가 무슨 작가야'라고 질책하던 시기가 찾아왔을 때였다.

직장인 사춘기에 대해 그동안 써놓았던 글 10편을 풀어놓고 나니,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다른 분들 글은 좋아 보였고, like를 많이 받는 작가님들이 부럽기만 했다.



그러다 발견한 이 한 줄의 문장 - '작가라서 쓰는 아니라 쓰니가 작가입니다'.

아 맞네,라는 공감과 함께 이 문장은 나에게 큰 위로로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멋진 글을 잘 써야만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쓰지 않으며 남의 글을 부러워하기만 하는 나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바로 글루틴 13기 과정을 신청해 12월 한 달 동안 매일 글쓰기를 시작했다.




사실 매일 글쓰기는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일주일에 한 두 편 쓰는 것도 많은 고민과 시간을 필요로 했는데 매일 글쓰기라니!

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나는 원래대로의 관습으로 계속 살아갈 것을 알았기에 일단 저지르고 보았다.


그렇게 시작한 12월 동안 매일 쓴 글 20편째가 되는 오늘, 그동안 글쓰기를 하며 느꼈던 점을 적어본다.


1. 자의적 타의, 타의적 자의

강제성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나는 완벽주의자라 결과물이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거나, 그렇게 고친걸 또다시 들여다보곤 한다.

그리고 하나의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속으로 생각하는 시간은 훨씬 더 길다.

그것이 직장에서의 일이건 글쓰기이건.


하지만 시간의 압박 - 매일 글 하나씩 쓰기 - 앞에서 내 완벽주의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스스로 내 글의 마감 시간을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하기 전 8:30까지로 정해놓았다.

회사에 출근하는 7시부터 한 시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인증해야만, 오늘 나의 글쓰기 미션은 완성되는 거다.

그러다 보니 완벽주의고 나발이고 일단 시간 내에 써서 제출하기 바빴다.

지금 돌이켜보니 정말 거지 같아 부끄러운 글도, 제출을 하는 순간만큼은 '아, 오늘도 글쓰기 해냈다'라는 기쁨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성향상 누군가와 한 약속을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글루틴 과정을 하는 것 자체가 나 스스로를 매일 하게끔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2. 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삶

매일 글을 써야 하니, 온 신경이 글쓰기로 몰렸다.

12월 한 달 동안은 운전을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글감과 문장을 계속 생각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스마트폰을 켜고 메모를 했다.

이 찰나의 좋은 생각과 영감이 달아날까 무서워서...


생각보다 하루는 금방 다가왔고, 다음날 글을 쓰려면 오늘 부지런히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과 제목을 조금이라도 모아놔야 했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가장 크게 와닿는 12월이었다.

아니,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거지? 오늘은 도대체 무얼 써야 한담? 때론 막막하기도 했다.


그리고 집중력이 바닥이라 평소 고민했던 나인데, 매일 한 시간 반의 유한한 시간 동안은 없던 집중력을 다 끌어다 쓰면서 초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지나 놓고 보니 내가 원래부터 집중력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동안 집중을 안했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 새롭게 시작된 의문들

한 달 동안 평일에는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쓰지 않을 때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둘 의문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매일 아무 글이나 써도 될까?

여태까지 썼던 글을 뭔가 분류해서 저장해 놓는 게 맞지 않을까?

도대체 다른 작가님들은 어디서 이미지를 가져오셔서 저렇게 찰떡같이 잘 붙이시는 걸까?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쓰려면 무엇부터 연습하면 좋을까?

글을 쓸 때 먼저 기획을 하고 쓰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쓰면서 기획 방향을 정하는 게 맞는 걸까?

내가 쓴 글은 누구한테 피드백받을 수 있을까?

구독자를 늘리려면 무엇을 해야 될까?

남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게 맞을까,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맞을까?

일 하던 글감과 문장에 대한 고민은, 내 글에 대한 번뇌로 이어졌다.

글과 전혀 인연이 없는 삶을 살다가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글린이'로서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아졌다.


이런 궁금증과 고민 중 일부를, 어제 글루틴 13기 마지막 모임을 하면서 털어놓았다.

여러 작가님들께서 본인의 경험담과 생각, 인사이트를 나눠주셨고, 대답을 들으며 나는 다시 '내가 원하던 본연의 글쓰기'가 무엇이었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에게 글쓰기란, 글쓰기 그 자체로 치유이자 나의 성장 기록이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가져다주고 싶다.


매일 쓰는 나의 글이 모이면 무엇이 될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다"


남에게 보여주는 글이 부끄러워 아직 글쓰기를 주저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일단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다가오는 새해에도 나만의 글을 계속 쓰겠다고 독자님들께 약속해 본다.


#블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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