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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시작되는 곳은 어디일까요?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던데

by 수풀림

회사에서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몇 차례에 걸쳐 신제품 런칭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평소 같으면 회사 교육 시간은 대충 딴짓하면서 때울 텐데, 하필이면 이번 교육 담당은 제 차례네요. 맨 앞에 앉아 강사님과 무한 눈 맞춤을 하며, 고개를 자동으로 끄덕입니다. 강사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게 돼요. 교육 담당자는 교육을 잘 듣고 소화해서, 나중에 동료와 상사 앞에서 발표해야 하거든요. 죽기 살기로 집중하지 않으면, 머리에서 금세 휘발되고 없더라고요. 아, 이놈의 기억력...


"여러분, 결국 변화는 어디로부터 시작되는지 아십니까?"

강사님은 신제품 런칭 전략에 대해 강의를 하시다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지셨어요. 반쯤 감은 눈으로 교육을 듣던 동료들도, 갑작스러운 물음에 자동으로 눈을 번쩍 뜨게 되었죠. 변화의 시작이라니, 이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뭐라고 답을 해야 되나 싶었어요. 마음속으로는 '사람은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던데'라는 쓸데없는 문장만 떠올랐고요. 다들 눈동자만 열심히 굴리는 걸 눈치채셨는지, 강사님은 본인이 생각한 답을 말씀하시더라고요.


"불편함과 불만족이 있어야, 결국 우리는 변할 수 있습니다."

오늘 강의 주제인 신제품이라는 것도 이 불편함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설명을 덧붙이시면서요. 지금 사용하는 제품이 단점 하나 없이 완벽하면, 우리는 굳이 새로운 걸 원하지 않을 거라고. 하다못해 연필 끝에 붙어 있는 지우개조차도, 지우개를 따로 들고 다니기 귀찮다는 작은 불편함에서 출발했을 테니까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편하고 만족스럽다면 이직이나 퇴사 같은 건 아무도 꿈꾸지 않았겠죠. 뭔가 잘 안되거나,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갭(gap)이 있어야만 변화는 시작된다고 하네요.


사실 불편한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어떻게든 이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겠죠.

불편함이 쌓이고 쌓여 결국은 “그냥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움직이기 시작하잖아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견딜 수 없어졌을 때. 자발적 변화는 시작되고요.

강의를 들으며, 불편함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 고민이 되었어요. 회사에서 답답한 상황을 겪으면, 저 같은 보통의 직장인들은 뒷담화로 불평불만을 하며 넘겨 버리거든요. 물론 이러고 나면 어느 정도 속은 후련해지지만, 상황 자체는 그대로예요. 짜증 나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죠. 그렇다고 이렇게 화날 때마다 매번 사표를 던질 수도 없고요.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놔두는 대신, '질문'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말이죠.

'나는 왜 상황이 이렇게 답답하게 느껴질까?'
'뭘 바꾸면 조금 나아질까?'
'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

쓰다 보니 너무 교과서 같은 질문들인가 싶네요. 하지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다 보면, 분명 달라지는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당장 답을 못할지라도, 두고두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이런 질문 자체가 나의 긍정적인 변화를 알리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불편함이 나를 콕콕 찌를 때, 때로는 견디기 어려워 도망가고 싶어질 수도 있어요. 괜찮다고 아무리 다독여도, 속은 여전히 답답하죠. 그래도 이 마음속 ‘불편함’이 어쩌면 저를 더 나은 쪽으로 밀어주는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불편한 상황에서 도망치는 대신, 한 번쯤 멈춰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일. 그게 어쩌면, 아주 작지만 확실한 변화의 첫걸음일지도 몰라요. 그런 과정을 묵묵히 통과하면서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더 유연해지는 거겠죠. 그래서 이제는 불편함이 똑똑~~하고 노크하며 찾아올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보려고요.

'아, 또 내가 바뀔 때가 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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