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나이는 문제되지 않아!
얼마 전 주말, 충남 서천으로 캠핑을 다녀 왔어요.
남편과 둘이 땡볕에서 텐트를 치다보니,왜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 싶었어요. 물론 텐트는 99% 남편이 쳤음에도 불구하고요. 게다가 입구가 낮은 텐트를 들락날락 거리느냐, 평소에도 안 좋던 허리에 통증이 몰려왔어요.
"에구구, 삭신이야. 힘들어서 다신 캠핑 못 오겠다."
남편에게 볼멘 소리로 툴툴거렸죠. 이런 저를 보다 못한 남편은 바람을 쐬러 가자며 저를 근처 바닷가로 데려 갔어요. 해변에는 근사한 소나무숲길이 있어, 나무 그늘에 들어가자마자 청량함이 느껴지더군요. 조금 걷다 보니 탁 트인 해수욕장이 나와, 바다를 보러 발걸음을 옮겼어요.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서해 바다에는, 신기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헬멧을 쓰고 패러글라이딩처럼 생긴 걸 등에 메고 있는거에요. 바닷속에도 둥둥 떠있었고요. 처음엔 패러세일링인가 싶어서 쳐다봤는데, 끌고 가는 모터보트는 없더라고요. 해변 바닥에는 서핑보드처럼 생긴 것들이 여러 개 놓여 있고, 옆에서는 옷을 갈아 입으며 재정비하시는 분들이 있었고요. 호기심이 일어 척척박사 챗지피티에게 물어보니, 카이트(Kite) 서핑 혹은 카이트 보드라고 답하더군요. 말 그대로 연과 같이 바람에 날리며, 서핑 보드를 타는 해양 스포츠래요.
동해 바다에서 서핑하시는 분들은 많이 봤어도, 서해에서 이런 광경을 마주칠 줄 몰랐어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걸 즐기시는 분들이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시니어라는 사실이었어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연을 조종하며, 바다 위를 자유롭게 가르고 있었죠.
저는 적잖이 충격을 먹었어요.
카이트 보딩중인 액티브 시니어 분들과 비교하니, 한 시간 전의 '삭신이 쑤신다'는 불평이 쏙 들어가더군요. 바람이 꽤나 불어 날씨도 쌀쌀하고, 썰물이 계속 들어와 물때 맞추기도 쉽지 않았거든요. 이 분들은 주변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활짝 웃는 얼굴로 즐기고 계셨어요. 한 번에 잘 안되더라도, 끊임없이 다시 시도하시면서요. 그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여, 몸치인 저조차도 '나도 배워볼까'라는 마음이 들 정도였죠.
바닷가를 떠나 근처 숲길을 걸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어요. 주차장 옆엔 파크골프장이 있었는데, 많은 시니어 분들이 스포츠를 만끽하고 계셨죠.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공을 치고 이야기를 하시며, 간식을 나눠드시는 모습이 참 재미나 보였어요. 만약 내가 60대가 된다면, 저런 모습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유튜브에서도 밀라논나,박막례님과 같은 시니어 분들이 활발히 활동하시잖아요.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성별을 떠나 당당한 그 모습 자체로 '진짜 멋지다'라는 감탄이 나와요. '아저씨즈'라는 시니어 모델 분들의 인터뷰를 봤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원래 가부장적이고 고지식한 사람이었어요. 그런 제가 이제는 열린 마음으로 인스타도 배우고, 춤도 추면서 살다 보니 참 즐겁더라고요."
그분들은 몸소 나이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또한 액티브 시니어 분들은 임영웅, 장민호님과 같은 트로트 가수의 팬클럽 활동을 하며 활기를 되찾았다 말씀하시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며 즐기는 삶을 살고 싶다고 덧붙이시면서요.
그분들은 40대 직장인인 저보다도 훨씬 열심히 사시는 것 같았어요.
저는 주말이면 침대와 한몸이 되어 늘어져 있기 바쁜데, 그분들은 콘서트장이며, 바다, 산, 문화센터에서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배우고 행동하시는 분들이었어요.
"꿈이 있으면 우리는 영원한 청춘입니다."
액티브 시니어분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에요. 네 맞아요. 젊음과 나이듦은, 생물학적 나이로 갈라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즐기며, 더 재미난 미래를 꿈꾼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청춘'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38세 젊은 꼰대 이과장보다, 65세 액티브 시니어분들의 생각이 더 유연할지도 몰라요. 새로운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 들이고,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삶. 인생의 내리막길이라는 생각 대신, 내일은 무엇을 하면 좋을까 설레여하는 삶. 참으로 근사한 삶이자, 닮고 싶은 삶이에요.
그리고 언젠가 저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참 근사하게 나이 드는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