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태도? 의지?
"A과장한테 일 시켜보니 잘하던데요? OO 출신이라 그런가?"
"우리팀에도 OO 출신 에이스 한 명 있잖아. 역시 OO는 사관학교라니까!"
동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OO회사는, 내가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었던, 전 직장이다.
그곳은 80명 남짓한 직원이 다니던, 중소기업이었다.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업계에서는 사관학교 혹은 인재양성소로 불렸다. 그곳에서 이직한 직원들은, 다른 회사에서도 대부분 환영을 받았다. 면접 통과율도, 지인 추천율도 높은 편이었고, 태도와 업무 성과 측면에서도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평판에는 이유가 있었다. OO 회사는, 직무 교육에는 진심인 회사였기 때문이다.
이제 막 대학원을 졸업하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당연히 회사 업무에 대해서는 무지렁이 수준이다.
의욕이야 차고 넘쳐도, 어디서부터 뭘 해야될지 모른다. 이런 신입사원들을 위해, OO 회사에서는 강도 높은 입사 교육을 시켰다. 거의 두 달은 교육만 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회사의 전체적인 방향성, 인트라넷이나 회사 시스템 사용법 등의 교육은 기본이었다.
이 회사에서 집중했던 교육은, 바로 실무 교육이었다. 우선 모든 신입사원들이 직무를 막론하고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야 했다. 어떤 것을 고객에게 물어보고, 어떤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있었다. 이렇게 파악된 정보로, 내 업무에 적용할 사항들을 정리해서 발표까지 해야 했다. 외근을 다녀와서 사무실에서 밤늦도록 리포트를 만드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 사이 내가 배치 받은 직무와 관련된 교육도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 자료도 내 것으로 소화해야 했다.
이렇게 두 달이 지나고 나니, 이제야 내가 무슨 일을 하러 회사에 들어온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간신히 까막눈은 면하게 되었달까. 막연히 두렵기만 했던 고객 방문도, 직접 하다 보니 괜찮아졌다. 회사에서 취급하던 제품도, 이제는 뭐가 뭔지 대충이라도 알 수 있었다.
교육은 신입사원에게만 적용된 건 아니었다. 주마다, 월마다, 직원 교육은 이어졌다. 어떨 때는 회장님이 준비한 정신교육(?)이었고, 어떨 때는 제품에 대한 교육이었다. 업무로 정신이 없을 때는 교육이 귀찮기도 했었지만, 교육을 통해 업계의 트렌드나 신제품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여기에 더불어, 모든 걸 교육해줄 수 없으니, 직원들에게 책을 읽게 했다. 직무 관련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 다음 달 책을 공짜로 제공하는 시스템이었다. 평생 읽을 책을, 전직장에서 다 읽었던 것 같다.
전 직장을 5년간 다니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외국계 회사로 이직을 했다.
이직 첫날부터 충격을 받았다. 내 자리와 노트북을 제공한 것 외에는, 아무런 교육이 없었다. 업무 폴더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하면 되는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외국계에 대해 품고 있던, 체계적이고 멋있을 것이라는 상상이 와장창 깨졌다. 거기서는 '생존'을 위해, 혼자 알아서 찾아가며 일을 해야 했다. 옆 자리 대리님에게 물어보고, 부장님 말을 귀담아 들으며 필요한 것을 알아차려야 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무엇을 쌓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내가 전 직장에서 배웠던 것들을, 이 직장에서 활용하고, 오히려 소진한다는 느낌만 들었다. 그곳의 동료들은, 동종 업계 동료들에 비해 실력이나 성장이 정체되어 있었따.
물론 전 직장을 다녔던, 모든 직원들이 다른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었다.
어쩌면 이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같은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어떤 동료들은 회사에서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따로 공부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작은 시도들을 계속해 나갔다. 반대로 어떤 동료들은 교육은 그저 교육인 채로, 자신이 기존에 알던 것에 입각해 업무를 수행했다.
어떻게 교육을 바라보느냐, 그리고 수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이번에 런칭한 A 신제품을 B 거래처에서 판매하기 위해, 지난 번 배운 4P 분석을 해봤습니다."
아무리 작은 가르침이라도, 실무에 적용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갈수록 크게 벌어졌다. 교육에 열린 태도를 갖고, 필요한 지식을 쏙쏙 흡수한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많은 회사들은, 지금도 직원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교육이 얼마나 직원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말이다. 교육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 돈도 만만치 않다. 어디까지가 교육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개인의 자기 주도 학습의 영역인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회사에서도 지속적인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배우지 않아도 혼자서 척척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열에 하나가 될까말까 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생각하는 중요한 방향성이 있다면, 장기적인 교육을 통해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교육만으로 모든 변화가 일어나진 않는다.
배움은 ‘기회’일 뿐, 그것을 진짜 ‘성장’으로 바꾸는 건 결국 개인의 몫이다. 교육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