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엄친아 타령
“하… 나 진짜 어떻게 해야 되냐.”
얼마 전, 새로 한 부서를 이끄는 리더로 발령받은 동료 C상무가 나에게 하소연했다.
자기 부서 A 팀장은 맨날 불평만 늘어놓고, B 팀장은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손을 든다 했다. 부서가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라 어떻게든 돌파해보려 하는데, 팀원들이 도무지 따라오질 않는단다.
하반기 매출 목표는 이미 비상등이 켜졌고, 매일같이 사장님께 혼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팀원들은 그 심각성을 잘 모른다고 했다. 자기가 뭐 하나라도 추진하려 하면, 꼭그렇게까지 해야되냐고 반발을 한단다.
한참을 고민을 털어 놓다가, 넌지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니네 부서 보니까, 다들 되게 잘 하는 것 같더라. 어쩜 전략도 그렇게 뚝딱뚝딱 잘 만들어? 나도 그런 사람들 있었으면 이런 거 금방 할 수 있을텐데. 휴...”
그 한 마디에, 해주고 싶은 말은 한 바가지였지만, 간신히 꾹 참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 날, 그 팀의 A 팀장과 미팅이 잡혀 있었다...
업무 얘기가 끝나자, A팀장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전에 C 상무님이랑 일하셨을 때 어떠셨어요?”
내가 C 상무와 예전 부서에서 오래 일했던 걸 알고 있었기에, 그의 질문은 더 조심스러웠다.
“요즘 상무님이 이것저것 정말 많이 시키세요. 솔직히 감당이 안 될 정도예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더니 한숨을 한번 길게 쉬고, 이렇게 덧붙였다. 믿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꺼낸 말이었다.
“자꾸 예전 부서 얘기를 하시는데… 거긴 도대체 어땠길래 그러시는거에요? 저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만큼 못 하는 것 같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는 말끝에는 C 상무에 대한 불만이 묻어났지만, 동시에 포기하지 않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느껴졌다. 저녁 6시부터 시작되는 잦은 회의, 주말에도 계속되는 업무 지시. 그래도 참고, 따라가려 애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C상무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이랬단다.
“죄송하지만, OO 부서랑 ㅁㅁ 부서는 저희보다 실적도 좋은데 훨씬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탄식했다.
‘아… 또 시작됐구나. 그놈의, 남의 떡 타령.’
비단 C상무의 얘기만은 아니다. 이건 직장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비교의 저주’이다. 내 팀은 늘 부족해 보이고, 남의 팀은 참 좋아 보인다.
얼마 전 바그다드cafe 작가님의 '리더는 남의 떡을 조심해야 한다'는 글을 읽으며, 내가 겪은 이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남의 떡이 유난히 커 보이고 맛있어 보이는 건, 리더가 자주 하는 착각이다. 그 떡은, 정작 한 입 베어 물면, 생각보다 달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C상무가 부러워하던 우리 부서 팀원들도, 그녀가 상상하는 것만큼 완벽하지 않다. 가끔은 의욕이 넘쳐 일을 망치기도 하고, 공평함에 대한 불만을 내뱉기도 한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SNS에서 보이는 모습이 진짜라고 믿는 것과 다르지 않다.
리더의 ‘남의 떡’ 현상은, 대부분 거리를 둔 시선에서 온 환상이다.
자기 팀은 결점만 도드라져 보이고, 남의 팀은 장점만 반짝여 보인다. 가까이 있으면 허점이 먼저 보이고, 멀리서 보면 좋은 점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비교하자면, 리더는 남의 팀을 ‘뽀샵된 사진’으로 보고, 자기 팀은 ‘무보정 셀카’로 본다.
이렇게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쩌면 리더 스스로 느끼는 불안감 때문일지 모른다.
‘왜 우리 팀은 아직 이 수준일까?’
‘왜 저 부서처럼 결과가 안 나올까?’
‘사장님은 또 실적 얘기하실 텐데...이번 분기는 어떻게 하지?’
초조함은 점점 쌓이고, 그 틈으로 비교라는 유혹이 스며든다.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비교의 말들을 내뱉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비교가 팀을 더 나아가게 만들기보다, 지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비교는 팀을 병들게 만들고, 계속되면 리더 자신도 점점 지쳐간다. 잘하고 싶은 순수한 동기가, 누군가와의 비교로 왜곡될 때,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만들지만, 비교는 팀원을 포기하게 한다.
결국 중요한 건, 리더가 어떤 마음가짐과 시선으로 팀원을 바라보는 가이다.
리더는 자신의 불안과 초조함을 절대 '비교'로 표현해서는 안된다. 그런 마음이 들수록,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 팀원들이 잘 하는 건 뭘까?'
‘지금 우리 팀이 가진 자원 안에서, 무엇을 먼저 하면 좋을까?’
존재하지도 않는, 능력 있는 남의 팀원을 찾아 헤매는 대신, 지금 곁에 있는 팀원들이 최고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들에게 시간을 들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알아서 잘하길 기대하는 게 아니라, 함께 갈 방향을 보여주는 사람이 리더다.
좋은 팀은,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팀이 아니다. 리더와 팀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계속해서 ‘되어가는’ 팀이라 말하고 싶다.
PS. 같은 주제로 글을 쓸 수 있도록 흔쾌히 양해해주신, 바그다드 cafe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막상 글을 쓰려니, 왜 이리 잘 안 풀리는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