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by 이은주


코로나19로 뮤즈의 일상은 위축되었다. 외출을 꺼려하는 뮤즈에게 마스크를 하고 산책을 강요할 수 없었다. 여름동안 우리의 일상은 고립되었고, 까닭 없는 두려움으로 방 안에서도 서로 붙어 앉아 있을 때가 많았다. 가을이 왔다. 우리는 다시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니 바로 오늘 산책을 나서자 사방에서 나뭇잎 사이로 폭죽처럼 빛이 쏟아졌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사진을 찍었다. 뮤즈에게 뒤돌아 보세요 하고 말을 걸었다. 아름다운 빛 속에 뮤즈가 뒤돌아보는 사진을 손에 넣자 누군가 함께 이 순간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싶어 주소록을 뒤적인다. 뮤즈가 초등학교 때까지 키웠던 손주에게 전화를 대신 걸어준 적이 있었다. 저장해둔 손주 전화로 할머니의 사진 한 장을 보내드린다. 중국으로 출장이 잦은 아들이 반 년 가까이 찾아오지 못하고 있기에 아들(코로나19로 아들 걱정이던 뮤즈의 청으로 안부전화를 넣었던 적이 있다)에게도 보내드린다. 산책 중간에 벤치에서 숨을 고르던 중 손자에게서 답장이 와서 뮤즈에게 읽어드린다. 뮤즈가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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