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접시의 부활
여벌 그릇을 수납해둔 유리문을 열자 얼마 전 오래 수고하다 수명을 달리한 푸른 접시 하나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게 아닌가. 반갑다 푸른 접시. 무릎을 꿇고 낡고 비좁은 수납장 안을 들여다본다. 안의 결혼식, 나나의 결혼식에 초대되어 받아 온 벚꽃무늬 앞접시가 수줍게 자리하고 있다. 도쿄에서 만났던 나의 꼬마 친구들은 이제 각자 가정을 갖고 있다. 나는 알 수 없는 아쉬움에 한숨을 폭 내쉰다.
엄마는.. 6년 동안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딸의 해외이삿짐을 푸는 걸 보면서 조금 다른 한숨을 푹 쉬셨다.
헌책방에서 산 문고판 책들만 나오더니 마침내 한국에서 사간 냄비며 국자 같은 부엌용품이 전부인 게 마음에 안 드셨던 것 같다. 전자제품의 나라에서 6년을 살다왔는데 그 흔한 소니 오디오 세트도 없고, 전기밥솥도, 티브이도, 하다못해 캐논 카메라 하나 들고 오지 않은 해외이삿짐이라니.
내가 유일하게 소유했던 메이드 인 재팬은 푸른 접시였다. <이세탄 백화점>에 올라가 망설이지 않고 샀던 푸른 접시. 청춘을 상징하는 접시가 세월이 흘러 두 세트가 아니라 세 세트였다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왜 접시에 집착하는걸까. 어쩌면 <이세탄 백화점>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계급 이동을 꿈꾸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아무튼 푸른 접시의 부활을 자축하며 정명이와 정명이가 태권도에서 돌아오기도 전에 방문한 정명이 친구를 위해 오늘 메뉴는 돈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