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 소설

그래서

by 이은주


삼이가 다녀간 저녁에는 진우가 몹시 사랑스러웠다. 삼이를 통해 진우의 아이다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아이는 그러니까 천사였다.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예민한데 한편으로는 사회적 발달이 덜 된 듯한 아동의 유치함이 미소를 불러일으켰다. 했던 말을 계속 또 하면서 자신의 의사가 반영될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 면이 삼이와 진우는 닮았었다.
그날도 진우가 태권도에서 돌아오기 전이었다. 전화가 울렸고 삼이였다.
“진우 엄마, 저 지금 가고 있어요.”
“오, 그래. 지금 진우 집으로 오고 있는거야?”
“예, 오늘은 주산에서 어려운 것을 해서 울뻔했어요.”
“그렇구나. 힘들었구나. 어서 오렴. 맛있는 것을 줄게.”
삼이가 오자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의 불을 켠다. 부엌에 서면 마음수련이 된다. 스테이크의 붉은 피, 시퍼런 칼, 도마 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이런 오감을 자극하는 무대가 나는 좋다. 마치 연극 같다. 불이 꺼지면 아무도 없는 부엌은 쓸쓸한 그리움을 품고 있다.
저녁 메뉴는 카레이기에 양파, 감자, 당근을 차례로 써는 동안 간식을 다 먹은 접시를 들고 삼이가 곁으로 왔다. 라디오에서는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 시그널 음악이 흐르고 있다. 양파를 썰면서 코를 훌쩍거리며 접시를 받아든 내가 말한다.
“삼아, 너도 무서운 꿈을 꾸니?”
“예, 저도 무서운 꿈을 꿔요.”
“어떤 꿈.”
“엄마가 사라지는 꿈이요.”
“아, 너도 엄마가 사라지는 꿈을 꾸는구나. 나도 그렇단다.”
삼이가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올려다본다.
photo by lam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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