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선언

by 이은주

유연하고 반짝이며 단단하게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을 응원하는 글을 쓰기에 앞서 경기시민연대의 나문주 선생님과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책에 사인을 부탁하셨는데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책에는 수많은 포스트잇이 붙여있었습니다. 돌봄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게 아플 만큼 느껴졌습니다. 저의 책 113쪽을 보시면 이런 글이 나옵니다.


‘국장님께서 오셔서 저에게 보호자께 그렇게 하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셨는데, 남아있는 사람들이란 간호사님과 1층 사무실 사람들만 포함되고, 요양보호사 힘든 건 포함되지 않은 것 같아서 섭섭했습니다. 어떻게 이곳에는 요양보호사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해주는 분이 한 분도 안 계시는 겁니까.’(뒤에서 세 번째 업무일지 중에서)


전직 간호사였던 보호자가 자신의 어머니의 위생이며 산책 등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다른 뮤즈와 제우스의 돌봄을 오히려 방해하며 요양보호사에 대한 불만만 말했을 때 사회복지사인 국장님은 과연 어떤 태도를 보였어야할까요? 한사람의 요양보호사가 아홉 명의 아픈 몸을 돌보는 시스템에서 과연 어떤 돌봄이 가능할까요?


또 이런 글도 있습니다.


‘“제가 다 보고 있어요.” 지난번 물리치료사가 컴퓨터 작업을 못 하는 요양보호사를 언급하며 마치 요양보호사가 관리 대상인 듯한 인상을 주었듯이 영양사의 말 또한 상처가 되었다. 요양보호사를 잠재적인 죄인처럼 대하는 말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매일 뮤즈와 제우스에 대한 나의 서비스나 행동방식에 대해 자기검열을 하며 ‘죄의식’으로 늘 긴장되어 있다. 그런데 내 주변은 모두 나를 감시하고 있는 사람들뿐인건가.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까지? 나는 그들을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도 계급이 있어야 하는가?’(104쪽/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쓴 이후 시간이 흐른 지금 요양보호사를 대하는 태도는 어느 정도 바뀌었을까요?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은 보호를 받고 있을까요? 처우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은 세워졌나요? 이 모든 것을 누가 개선해줄까요?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당사자 목소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시민연대에서 기획한 ‘돌봄 노동자 마음 치유 및 노동권 보호 캠패인’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람중심 돌봄 필수 노동 카드뉴스’도 널리 공유해서 돌봄 노동자를 이해하고 지지하고 지원하는데 동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또한 우리를 연대하게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조한진희님의 ‘건강한 몸 아니라 ‘아픈 몸’이 사회의 기본값’이라는 이념을 공유할까 합니다.


‘비장애인중심사회라는 것은 비장애인의 몸을 우리 사회 기본 몸으로 설정하고, 비장애인 중심으로 사회가 설계되며, 장애인조차 비장애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사회다. 남성중심사회라는 것도 남성의 경험이 보편이고 정상이며 여성의 경험은 특수라는 것이고, 여성조차 남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에 익숙하다는 의미다. 결국 건강중심사회라는 것은 건강을 중심에 두고, 건강한 사람을 기본 몸으로 설정하며, 건강한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 사회를 의미한다. 반면 질병권은 건강한 사람의 눈으로 정의되어 있는 건강중심사회에서, 아픈 몸을 기본 몸으로 두고 아픈 몸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읽어보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2021.01.16.(한겨레 토요판-글/조한진희)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말 그대로 아파도 미안하지 않은 사회, 아픈 몸이 기본값인 세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몸을 가지면 겁부터 납니다. 아픈 몸을 돌보는 돌봄의 손길을 필요로 할 때 과연 나를 맡길 곳이 있을까, 안심하고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런 불완전한 존재인 우리가 돌봄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한 번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아픈 몸이 기본값’인 사회에서 우리 돌봄 노동자는 과연 어떤 돌봄을 구현해야할까요?


저는 이렇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유연하고 반짝이며 단단하게! 아픈 몸은 시시각각 다른 차원의 캐어가 필요합니다. 그 변화무쌍함에 지치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하고, 비록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할지라도 마음은 늘 반짝반짝 빛이 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말 한마디나 몸짓언어로 상처받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요양보호사가 저는 되고 싶고, 여러분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기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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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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