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씻겨달라고 몸을 맡기는 일은 좀처럼 없다. 때를 미는 목욕을 고집하시고, 샤워는 남의 손을 빌릴 필요를 못느끼시는 것 같았다. 겨울은 난방을 해도 욕실 안이 춥다. 물을 아끼는 엄마에게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한다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니까.
엄마에게 딸기를 사갔다.
아침부터 붉고 상큼한 딸기로 기분을 달달하게 해놓고 보청기를 끼지 않은 귀에 가까이 가서 물었다.
“엄마 목욕할까?”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
두 번 더 물어보면 화내니까. 이제 그만.
3시간 동안 아래층으로 가서 재가방문 돌봄을 하고 올라왔다. 손에는 감자전이 들려있었다. 점심에 감자전을 붙여드렸는데 어머니 가져다드리라며 나누어주신 감자전이 오늘 엄마의 요기가 될 것이다. 감자전에 맛간장을 조금 찍어 입에 넣은 엄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나오는 유바바와 같다. 이가 없는 입으로 우물우물 맛있게 잘 드신다.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고, 설거지도 하고, 저녁에 드실 밥도 지어놓고, 보온병에 담아온 아욱된장국도 있으니 나는 앞치마를 풀고 있었다. 그때였다.
엄마가 부엌으로 나오며
“목욕할까?”
나에게 물었다.
때를 놓치면 곤란하니 일단 나도 같이 탈의를 한다.
엄마의 맹꽁이 같은 배에 가는 다리를 보니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이 된다. 근육이 다 빠져버린 살가죽만 남은 부모의 몸과 만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엄마는 목욕의자에 앉아 자신의 몸에 알맞은 온도가 될 때까지 물을 조절하고 있었다.
“엄마, 샴푸는 두 번 할거야.”
“그래.”
엄마의 가늘어진 머리카락은 금새 물에 젖어 두피가 훤히 보였다.
“박박 감겨야지.”
나는 엄마가 원하는 강도로 박박 감긴다.
때수건으로 비누칠을 잔뜩 한 등에 물을 뿌리며 벅벅 닦아드린다.
“아, 시원하다.”
“이 다음부터는 내가 할거야.”
나는 곁에서 엄마가 발바닥을 돌로 문지르거나 발가락 사이사이를 닦는 것을 본다.
느리지만 아주 공들여 닦는다.
엄마의 등 뒤에서 수건으로 엄마의 젖은 머리를 닦고, 등을 닦는다.
“나가서 닦을거야.”
“나가면 추워. 물기를 닦고 나가야지.”
엄마가 안방에 앉아있는 동안 드라이기를 가져와 젖은 머리를 말린다.
개운해진 엄마는 이제 잠을 청하려는 듯 천천히 침대 위에 가 앉는다.
나는 안방 문을 닫아드리고 나온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목욕 후에 물 한잔을 따라드릴걸. 돌봄은 매순간 미안한 돌봄이고 미완의 돌봄이 된다. 그래서 내일이 또 필요한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