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받는 능력 2

by 이은주


낙상사고 후 2주 만에 엄마의 목욕을 씻겨드렸다.
아직은 통증이 따르지만 씻어야 아픈 곳도 씻겨나갈 것 같다는 엄마를 위해 욕실 세팅을 했다.
이동변기에 있는 변기통을 뺀 후 세면대 반대방향으로 위치시켰더니 미용실 머리감는데가 완성되었다.
엄마를 앉혀드리고 머리를 뒤로한 채 엄마의 주문대로 세수 비누로 박박 감겨드린 후 샴푸를 했다.

귀가 안 들리는 엄마가 목욕을 할 때는 보청기를 빼고 씻는다. 그렇기 때문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보고 귓속말로도 해본다. 날에 따라 청각 능력이 변하기 때문이다.
목욕씻기는 일은 참으로 힘이 많이 든다.
머리만 감겨드린 것뿐인데
벌써 허리가 아프다.
바디샴프를 싫어하는 엄마의 몸 구석구석 이태리타올로 비눗칠을 하자 잠자고 있던 몸의 각질이 일어난다. 간단한 샤워가 마침내 때를 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허리 통증을 참는 내가 점점 말이 없어진다.
내가 선 반대편 엄마의 어깨를 이태리타올 낀 손으로 톡톡 두드린다. 엄마가 센스있게 손을 뻗어주길 바라면서..
아니 그냥 잡아당긴다.

엄마 이럴 때는 손을 펴주는거야.
내가 강의자료 주고 갔지? 돌봄 받는 능력 있잖아. 요양보호사가 허리 안 아프게 도와주는거.
참으로 신비하다. 기대 안 했는데 들으셨다.

응. 이렇게?

그래. 어떤 분이 자신의 엄마 요양보호사가 집에 와서 가만히 있기만 한다고 불평을 해서 그 요양보호사는 하루종일 돌봄노동을 하려면 에너지를 나누어서 써야하는데 한집에서 다 쓰고나면 다음 돌볼 어르신에게는 좋은 돌봄은 할 수 없는거라고 이해시켰어(과연 엄마가 듣고 있는지 모르지만, 때때로 들리는 말만 조합해서 이야기를 듣는 능력에 기대며).

여기도 때나온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밀고 멈춰야해 엄마.
욕심부리고 목욕 오래하면 나갈 때 다리풀려서 위험해.

끝까지 한다에 목숨을 거는 엄마에게
미온수에서 살짝 찬물쪽으로 바꾸어 본다.

아잇. 차가워. 나쁜년.
하하하. 그래야 때가 안 나오지.
오늘 목욕 끝~

조금 더 버텼다가는 딸이 주저앉아서 허리 아프다고 뒹굴뻔했어 엄마. 엄마의 물기를 닦아주고 안방으로 이동한 후 몸무게를 체크한다. 이상 없음.

다시 욕실로 가서 이동변기를 닦는다, 화장실 청소를 한다. 개운해진 엄마가 베란다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말리고 있다.

엄마, 돌봄 받는 능력을 잘 익혀서 어떤 요양보호사를 만나더라도 사랑받기. 딸의 사랑은 물론 다른 누구의 손길을 받더라도 돌봄 받는 기술을 익히길 바랍니다. 바퀴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나의 돌봄을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에게 가기 전 정형외과에 들러 신경차단주사를 맞으러 간다. 쾌적한 돌봄 생활자의 나날을 위하여!

photo by lam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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