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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K문학

한국의 마음을 읽다

by 이은주

『한국의 마음을 읽다』

1.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저/창비/2022
1.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양영희 저/마음산책/2022
1. 『통영』 반수연 저/강/2021

‘아버지가 죽었다’로 정지아의 소설은 시작된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블랙코미디로 쓰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책 한 권이 한 문장 같고, 한 문장이 한 편의 시 같다. 이데올로기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세대의 출연으로 우리는 어떤 경계를 하나 넘은 것 같다. 이것이 문학의 힘이고 이것이 문학이 가야할 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가의 메시지는 단호했다. ‘내 아버지는 정치적으로만 사회주의자가 아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사회주의자였다.’‘탓을 하는 인생은 이미 루저다.’‘사람에게도 천 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 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등장인물, 줄거리, 역사 인식, 사람에 대한 태도, 연민과 사랑이 어우러져 눈물 한방울이 떨어질 때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얻게 된다. 바로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그렇다.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의 저자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에서 감독은 치매로 혼자 생활할 수 없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우리 집이 두 개지요? 2주 동안 영희가 일하고 올 때까지 혼자 집에 못 있으니까 다른 집에서 생활하고 계시면 제가 일하고 올게요.”양영희 감독은 엄마를 시설에 맡기면서 집에서 보내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생활하도록 배려하기 위해 단기요양보호 시설을 또 다른 ‘우리 집’으로 표현했다. 나는 감동했다. 양영희 감독의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양영희는 오빠를 돌려달라고 말한다. 1959년부터 시작된 북송사업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북으로 건너간 사업이다. ‘북조선은 차별이 없는 지상낙원’이라고 부추기며 재일코리안을 이주시켰다. 일본과 북한 양국 정부와 언론 그리고 조총련은 귀국자들의 그 후 실정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고 그저 방치할 뿐이었다. 세계적인 대규모 이민 프로젝트였지만, 오빠들의 삶이 없었던 셈이 되는 것 같아서 참을 수 없는 절절함이 전해진다.
그리고 어머니가 제주 4.3사건의 생존자임을 알리며 ‘이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하면 안 돼.’‘절대로 들키면 안 돼,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니까!’라고 딸에게 밝힌다. 양영희는 어머니를 모시고 70년 만에 다시 제주도를 방문했다. 4.3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하고 더듬거리며 애국가를 부르는 어머니의 마음을, 어머니의 기도를 우리는 눈물 없이는 볼 수도 읽을 수도 없다.

끝으로 반수연 작 『통영』을 소개할까 한다.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작가가 쓴 책이 문학나눔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을 때 나는 기뻤다. 전국 도서관에서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까. 그런데 이번 선정 논란 소식이후 철회로까지 이어진 결과에 나는 당황했다. 여기 조동범 선생님의 글을 인용함으로써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당연히 디아스포라 문학은 한국문학의 범주에 포함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조선족 디아스포라, 고려인 디아스포라라는 아픔을 겪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뿐인가? 우리는 이민 1세대가 역사의 아픔 속에 하와이, 미국, 남미 등으로 떠난 디아스포라의 경험도 있고, 해방 이후에도 파독 간호사와 광부가 겪은 디아스포라도 있다. 이들을 한국인이 아니라고, 이들이 쓴 작품을 한국문학이 아니라고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이건 자발적 이민자에게도 해당된다.’
한국인인 작가가 한국어로 써서 한국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통영』을 한국문학의 범주에 두지 않으면 K문학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영이 나은 예술가들은 한 두 명이 아니다.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 김상옥, 소설가 박경리, 김용익,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극작가 유치진, 화가 이중섭 등 끝이 없다. 그런 예술가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작품집 『통영』에서는 길 떠난 자의 한없는 쓸쓸함이 깃들어 뱃고동처럼 긴 여운을 준다. 그 깃든 쓸쓸함은 우리가 아무리 고향 통영으로부터 도망 쳐봐도 마침내는 그리움의 3단 여행가방을 끌고 돌아올 수밖에 없는 사실과도 겹친다. 지금까지 나는 한국의 마음 중에서 고향을 그리는 마음, 민중의 마음을 살피는 마음에 대해서 소개했다. 마음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가슴과 가슴 사이? 자신을 규정짓는 정체성에도 마음은 있다. 한국인의 마음이란 『파친코』의 이민진이 말했듯이 ‘모든 사람을 한국인으로 만드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아 그들도 나와 똑같구나’라고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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