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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Dec 28. 2023

웃음 주는 정명이

정명이는 요즘 할머니를 돌보는 나를 따라 할머니댁에서 전철을 타고 학교에 다닌다. 아이가 전철로 15분 이동을 하고 도보로 10분 거리를 걷는데 나는 마음이 쓰이지만 모르는 척 한다.

밤이면 아이는 나에게 착 달라붙어 인지증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 어서 자라고 야단을 맞으면 등을 긁어 달라고 조른다. 나는 하루 총량의 노동력을 쓴터라 쉬고 싶어 성의없이 아이의 등을 쓰다듬으면 아이는 나에게 이렇게 조른다.

"싹싹 긁어줘요. 싹싹."

그 다음에는 다리를 주물러달라고 보챈다.

대충 주무르면 "싹싹 주물러줘요. 싹싹"

"아니지. 다리를 주무를 땐 꼭꼭 주물러달라고 해야지"

내가 말한다.

"고모 저는 코에 물풀이 있어요."

아이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웃음을 준다. 아 네 콧속에는 물풀이 있구나. 킥킥. 우리는 웃는다.

정명이가 다섯 살 때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아이의 조그만 손가락이 내 콧속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뭐야?"

"코딱지"

잠자리에서 코를 파다 버릴 곳이 없자 고모 콧속에 넣어둔 것이다. 하하하.

기발하네 나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네가 무슨 무라카미 하루키냐. 하루키는 귓속에 자주 잃어버리는 전절 티켓을 넣어두는 상상을 했는데 너는 코딱지를 파서 남의 콧속에 넣어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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