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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Mar 04. 2024

엄마와의 야간비행

생텍쥐베리의 야간비행이 이랬을까.

엄마의 꽁지뼈에 생긴 물집을 낫게 하려고 체위변경을 하면서 밤이 깊어간다. 전쟁중 사랑하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싣고 야간비행을 한 그가 사랑한 것은 사막이었을까, 별이었을까 아니면 홀로 지새우는 밤이었을까.


밤중에 엄마는 끊임 없이 소리를 지른다.

"아이구, 엄마아." "나 어떡해에." "아휴, 난 몰라요."

그러다가 배가 고프다며 밥을 달라 청한다.

김에 싼 명란젓갈도, 미역국에 만 밥도 한번씩 드셨으니 달걀프라이에 나물과 들기름을 넣고 무채색의 비빔밥을 드린다. 서너 수저 드시고 이젠 됐다고 하신다.


물을 가지러 간 사이 입 안에 있던 밥찌꺼기를 엄마가 퉤퉤 뱉는다.

뽀삐가 달려가 싹싹 주워먹는다.

걸레질을 하며 내가 중얼거린다.

멀리 갠지스 강까지 갈 필요도 없어.

엄마와 내가 사는 이곳이 바로 갠지스 강이지 뭐야.

어쩌면 생텍쥐베리는 불시착했던 사막이 너무 그리워서 하늘로 간게 아닐까. 저기 밤하늘에서 갠지스 강이고 사막 한가운데인 나의 아파트 불빛을 내려다보고 있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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