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와의 산책길은 좋았다. 설거지를 하며 문장 첫행을 생각했다. 지금 읽고 있는 <나태주의 행복수업>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내 눈에 산책길의 꽃들이 다 예뻐 보였다. 뮤즈도 길을 가다 꽃을 보느라 잠시 섰다.
"참 예쁘지요?" 내가 물었다. "그래, 응." 뮤즈가 대답했다. 나는 길을 걷다 중얼거린다. 시심이 싹튼 것이다.
맥문동 곁에 배롱나무가 있다. 다 예쁘다 초록 위에 깃털처럼 쑥 올라온 맥문동 보라빛. 초록 속에 부채춤을 추는 한복 입은 배롱나무. 곁에 있으면 행복하다.
산책에서 돌아와서 방 걸레질을 칠 준비를 하면서 내가 말한다. "걸레질을 치면 꼭 수행하는 것 같아요. 스님이 되려고 절에 가도 1년 내내 마당을 쓸게 하잖아요. 그 뭐라고 하더라." "행자." 뮤즈가 답을 준다. "맞아요. 행자. 저는 걸레질을 하며 기도하는 것 같아요. 수행하는 것 같아요. 행자." 오늘도 나는 뮤즈에게서 '행자'라는 단어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