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은 2% 부족하지만 날마다 사랑합니다

by 이은주

어제는 마음과 반나절 동안 마을을 돌아다녔다. 협찬받은 물품을 차에 가득 싣고 마음은 신나게 달렸다. 오늘의 나의 주인공은 차에 나를 남겨놓고 마을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며 그 물건들을 건넸다. 그 모습에는 어쩐지 한없이 투명하고 맑은 정신이 담겨있는 듯 보였다.

마음이 신나게 달리며 마을사람들의 변화된 면면을 이야기할 때 그녀의 이마가 환하게 빛났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나는 가정의 아이들의 청소년 멘토가 되어주고 그 아이들이 자라 또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주도록 맺어준 이야기를 할 때 그녀는 '행복한 왕자의 세계'에 사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도움을 받던 마을사람들이 다시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연금술사같다. 그녀의 마법같은 세계에 걸어들어가 한동안 나오고 싶지 않았다.

마음의 말을 듣다보면 정말이지 모두 보석같은 말들이다. 마음 어록을 남겨야할까. 투명스럽게 던진 말에서 나는 우리 집 살림에 삼수를 하겠다는 작은조카를 조용히 응원하기로 결정했다(자기가 알을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고 남이 알을 깨면 달걀후라이가 된다라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그녀가 애정하는 마을사람들. 그 사람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 감동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누군가 무상으로 주는 물건을 부끄러움 없이 받을 수 있었다.
그녀가 그 물건들을 협찬받기까지, 그리고 그 받은 물건을 차에 싣고 자신의 몸으로 온전히 그 짐의 무게를 다 감당하면서까지 얼마나 기뻐하며 가져다주는지 지켜보았기 때문이다(손자를 잘 키우겠습니다).

사회적 입장에서 보면 나는 손자와 둘이 사는 조손 가정이다. 그런 난 조금 삐뚤어져 있었다. 무상의 도움이 참을 수 없게 느껴졌다. 가난은 부끄러운 거라고 나도 모르는 사이 학습되어 버렸다. 아니, 무언가 받을 때보다 줄 때의 기쁨이 더 크다는 걸 알기에 자꾸 가진 자의 입장만 탐이 났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다 쓸데없는 감정이라고 마음은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매주 그녀의 차를 타고 달리고 싶다.
그녀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2019.1.23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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